[81호][청년] 고독한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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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언제까지고 ‘죽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현관 앞 운동화 한 켤레, 옷장 속 정장 한 벌, 언제 먹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인스턴트 잔해들. 그러나 온기는 떠난 지 오래다. 한때 누군가의 ‘미래’라 불리던 것들은 주인 없는 방에 홀로 남아 먼지만 입는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던 어떤 이의 미래가 조용히 소멸한다. 날아가 버린 숨은 마지막에서야 악취가 되어 존재를 알린다.


끝없는 기다림이었다. 소란한 세상 속 홀로 떠 있는 섬은 시야에서 빗겨있었으므로.


인간의 생은 다양할지언정 모두 죽음으로 귀결된다. ‘죽음’이라 이름 붙여질 때까지 기다리는 명(命)이 있다. 아무도 모르게 거두어진 숨이 그것이다.



고독생(孤獨生)

우리네 삶은 각개전투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미래를 향한 희망이 아직은 굳건하기에 각자는 치열한 전장에 뛰어든다. 집어삼킬 듯 몸집을 불린 현실은 주위를 돌아볼 틈조차 쉬이 내주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나 하나 살피기도 버거운 삶이다.

▲ ⓒKBS <시사직격>

이런 현실에서 고독사(孤獨死)¹는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에 따르면 2019년 약 3,704건, 2020년에는 약 4,196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약 11명이 고독사로 사망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독사는 오랜 기간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었지만 2021년에 들어서야 법률이 제정되며 정부 차원의 ‘고독사’ 정의가 마련되었다.²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사항은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에서 진행된 고독사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통계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관련법이 제정되었으나 2022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통계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문제의식을 꾸준히 가져왔음에도 정확한 통계조차 부재했던 죽음은 실상 합의된 정의마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고독사 수치에서 청년들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사이 ‘청년’은 고독사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020년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된 40세 미만 고독사는 약 100건에 달했다. 이는 2017년 63명에 비해 약 58% 증가한 수치이다. 급증하고 있는 청년 고독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자살의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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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아무도 몰랐던 죽음, 청년 고독사> / ⓒKBS <시사직격>

2020년 서울시 기준 자살로 밝혀진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평균 16.8%이며, 60대 이상 고령층은 10%대를 웃돈다. 반면 20·30대 청년층의 자살 고독사는 모두 40% 이상이다. 중장년 이상 연령층과 청년층은 자살을 원인으로 한 고독사 비율이 약 3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 충남도 의원은 “고독사 안에는 자살도 포함돼 있는데, 자살하는 비율은 청년층이 고령층보다 훨씬 높다. 청년의 경우 절반의 고독사가 자살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조용한 죽음을 알아차리기 어려워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발견마저도 악취나 체납 등 타인의 불편에 기인한다. 거두어진 숨은 해를 넘겨 발견되기도 한다. 타인이라는 섬. 섬과 섬 사이의 먼 거리 탓인지, 자신의 섬을 지켜내는 데 급급한 탓인지, 우리는 도통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점차 고립되어 간다.



간신히 섬에 닿은 온기는 주인의 흔적을 지우고

바다 저편의 섬은 연필로 작게 그린 점 마냥 흐릿하다. 가까이 헤엄쳐가야만 흐릿했던 섬이 선명히 보인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쳐 이토록 고독한 외딴 섬에 가 닿은 이들이 있다.

자살이나 고독사 혹은 변사사건 등의 시신이 수습되면, 특수청소업체가 그곳을 청소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들은 예우를 갖춰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고 집안 곳곳에 짙게 밴 흔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 흔하면서도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마땅히 존재해야 했던 주인은 찾아볼 수 없다. 주인 없는 방에는 원래 자리했던 물건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흔적을 지울 때에야 섬에 ‘관심’이 닿기도 한다. 한 특수청소업체 대표는 "악취가 나고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청소하러 간 건물 이웃들과 자주 마찰을 겪는다"며 “주민 민원이 힘들다. 약품 살포를 본인 집에도 해달라거나, ‘집값 내려간다’ 등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항의한다”라고 죽음 이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말하기도 했다. 주변의 관심은 ‘누군가’가 아닌 사건과 그에 따른 피해로 쏠린다. 어떤 관심은 불편함에서 파생된다. 가끔은 내 발끝에 누군가로 인한 불편함이 물들 때에서야 주변을 둘러본다.

비로소 섬에 가 닿은 이들은 자신의 온기로 섬의 주인이었던 이의 흔적을 지운다.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못한 흔적들은 ‘일반쓰레기’가 되어 사라진다.³ 그리고 이들은 다시 누군가의 흔적을 정리하기 위해 또 다른 주인 잃은 섬으로 향한다.



‘건강한’ 청년들

‘청소년’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우리는 ‘청년’이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단하는 틀이라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몸을 끼워 넣는다. 사회는 이런 우리를 건강하다며 미래의 일꾼이라 추켜세운다. 그래서일까, 청년은 상대적으로 고독사 복지정책에서 주목받기 힘들다.


고독사 이후 방치 정도는 생전의 고립 정도에 달려있다. 더 깊이 고립될수록 방치 기간이 길어진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행해지는 1인 가구 관리의 영향이 드러나는 순간이라 볼 수 있다. 독거노인의 경우 지자체나 노인복지기관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고독사 이후 빠르게 발견될 확률이 비교적 높다. 그러나 청년의 경우 ‘젊으니 건강하다’는 인식이 강할뿐더러 고독사 위험군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경제활동인구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그들의 '활동'은 ‘건강증명서’로 여겨진다. 고독사 예방 대책의 상당수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계획되고 있다. 서울시 ‘제4기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의 전체 21개 단위사업 중 사업명에 ‘청년’이 포함된 사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사업목적이나 대상에 ‘청년’이 기재된 사업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사업명에 ‘중장년’ 또는 ‘노년(어르신)’이 기재된 사업은 4개, 사업목적 및 대상에 해당 표현이 명시된 사업까지 합하면 총 9개에 달했다. 절반가량의 고독사 예방 사업이 중장년 이상 연령층에 집중된 것이다. 고독사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청년층을 집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고독사 예방 사업이 중장년과 노년층에 집중된 이유는 현재까지 중장년·노년층의 고독사 발생 빈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른 대응인 셈이다. 그렇다면 청년 고독사가 중장년 고독사를 넘어서는, 못해도 그것과 비슷한 수치의 ‘결과’가 나와야만 청년을 살피는 복지사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더 많은 청년이 ‘수치’로 기록되어야 적어도 하나의 사업명에 청년이란 이름을 얻어낼 수 있을까. 청년 고독사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관련 정책은 청년에 빗겨있는 현실이다.



청년들의 고독사는 더 이상 특별한 죽음이 아니다. ‘청년은 건강하다’라는 가림막을 치우면 보이는 현실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건강한’ 청년에 머물러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의 부재 뒤로, 외딴 섬은 언제나처럼 홀로 떠 있을 뿐이다.

혹시 아는가. 책상 위 응원을 보내는 문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마주할 희망이었을 지도 모른다. 흔적의 주인은 이미 생을 떠났기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다. 그저 한 때 누군가의 희망이었으리라, 감히 짐작해볼 뿐이다. 아껴둔 미래와도 같은 것들을 놓고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서로는 그저 바다 저편의 섬일 뿐이었기에.





¹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

²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³ 관련 법안의 부재로 사건장소 및 유품 처리 작업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은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참고문헌

국가법령정보센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김영미, 「[중앙로365] 청년 지원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시급하다」, 『부산일보』, 2021.06.28

박은철, 「’시사직격’ 고독사로 내몰리는 청춘들」, 『CBC뉴스』, 2021.05.07

방관식, 「”삶이 고독했다고 그 죽음마저 고독해서는 안 된다”」, 『오마이뉴스』, 2021.06.22

서울특별시 복지정책실, 「’21년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제4기) 세부 단위사업 추진계획」, 2021.04

서은수(외 1인), <[영상리포트] 아무도 몰랐던 죽음, 청년 고독사>, YTN, 2021.04.11

안나경이〮참슬, 「[그래?픽!] 무엇이 청년들의 고독한 죽음 부르나」, 『CBS노컷뉴스』, 2021.05.31

오상도, 「어디서 얼마나 숨지는지 모르는 채… 늘어만 가는 고독사」, 『세계일보』, 2021.06.20

이영광, 「“청년 고독사,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길”」, 『고발뉴스』, 2021.05.22

이유심(외 2인), <#시사직격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 72회, KBS, 2021.05.07

이희경, 「정부, 내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고독사 통계 조사 실시」, 『세계일보』, 2021.03.08

장영락, 「늘어나는 청년 고독사…"3·5평 남짓한 방, 최소한의 물건"」, 『이데일리』, 2021.07.03

조현성, 「서울시, 1인 가구 시대…고독사 예방사업 강화」, 『뉴스랩』, 2021.05.13

한솔, 「“20~30대 고독사 늘고 있는데”…맞춤형 대책 필요」, 『KBS 뉴스』, 2021.05.26

허미담, 「"취업난·생활고에 지친다" 늘어나는 청년 고독사, 이대로 괜찮나[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아시아경제』, 2021.07.24

홍순빈, 「"버린 자식"…고독사한 청년들 방엔 대출 독촉장·공무원 수험서」, 『머니투데이』,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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