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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한산해진 대학로의 연극 거리에는 여전히 젊은이들의 열정이 피어오르고 있다. 젊은연극제가 올해로 29주년을 맞이하면서, 이번 6월도 대학로 극장은 젊은 활기로 가득하다.
대학로의 어느 한 아트홀. 젊은연극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하 소극장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간다. 극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들뜬 발걸음과 공연 10분 전을 알리는 안내 요원의 쩌렁한 목소리, 배우에게 한 아름 안겨질 커다란 꽃다발로 공연장은 북적인다. 잠시 후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공연장 객석에 앉아 비어있는 무대를 가만히 응시한다. 희미해지는 조명 사이에서 무대 위에 벌어질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차근히 펼쳐본다.
젊은연극제 소개
젊은연극제는 대학연합 연극축제로 대학생이 참가하고 대학생이 무대를 꾸려나가는 연극제이다. 1993년에 6개교의 졸업공연으로 시작하여 현재에는 40개교가 참가하고 있는 국내 최대 공연예술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다. 졸업을 앞둔 연극학도들은 젊은 연극제를 통해 프로 공연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곧 다가올 무더운 여름은 개의치 않는 듯 무대를 향한 연극인들의 열정은 꺼질 줄 모른다.
<젊은연극제 관람 Tip!>
When 매년 6월 초~ 7월 초
Where 대학로 일대
How 온라인 예매, 현장 예매 등 대학별 포스터를 참고하여 예매
코로나 속 젊은연극제
장기화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연계는 난항을 겪고 있다. 젊은연극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긴밀한 대면 접촉이 이루어지기 쉬운 소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여파로 작년 제28회 젊은연극제의 개최일은 6월에서 11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완벽한 상상!>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완벽한 예술을 재현하려는 젊은연극제의 노력이 있었다. 제28회 젊은연극제는 개막식과 폐막식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연극은 무관중으로 이루어졌다. 제29회를 맞이한 올해도 개막식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에 배우들은 비로소 극장에서 관객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 다- 다르다!>
올해의 슬로건 <우리, 다- 다르다!>. 각 팀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작품을 선정했던 지난 연극제와는 달리, 이번 제29회 젊은연극제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제29회 젊은연극제의 진행위원장 최당석은 “지정작품을 선정해서, 참여 대학 간에 ‘같은 작품, 다른 해석’이라는 콘셉트로 주어진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창작과 해석을 통해서 예술적 성과를 교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라고 밝혔다. 올해 슬로건 <우리, 다- 다르다!>처럼, 이번 젊은연극제에서는 한 작품 내에서도 서로 다른 연출과 해석을 통해 예술의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올해 제29회 젊은연극제에서는 총 39개교 40팀이 참가했다. 하루에 네다섯 개의 공연이 2~3일에 걸쳐 진행되는 방식으로 약 한 달간 이어졌다. 공연이 진행되는 6개의 극장 중 4곳이 대학로에 모여 있어 다양한 극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연극학도들이 대학로에 한데 모여 자신만의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니,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다.
젊은 연극제 학생 연출가 인터뷰
<코카서스의 백묵원: 용인송담대학교> 줄거리
무대가 시작되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단 하나의 조명을 두고 다투는 검은 사람들. 조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검은 이들처럼,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한 아이의 소유권(양육권) 재판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이 극은 두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쿠데타가 일어난 도시에서 총독부인이 아이 ‘미헬’을 버리고 가자, 하녀 ‘그루쉐’가 미헬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게 되는 첫 번째 이야기. 그리고 괴짜 사상가 ‘아쯔닥’이 재판장이 되는 두 번째 이야기. 두 가지의 이야기가 만나, 극은 관객에게 진정한 소유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공연의 마무리에서 학생 연출가를 만나 젊은연극제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29회 젊은연극제에 참가한 용인송담대학교 코카서스의 백묵원 연출을 맡은 16학번 박범수입니다.
2. 연출가님은 학생 연출가로서 이번 연극에서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신경 쓰셨나요?
이번 공연에 서사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현대의 서사와 가장 비슷한 부분이 코미디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코미디를 어떻게 좀 더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이 극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그 점을 중점적으로 연출을 했습니다.
3.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고른 다른 팀과의 차별성을 위해 이번 연극에서 어떤 변화를 주려고 하셨나요?
- 다른 팀을 견제하기 위한 차별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어떻게 하면 공연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중점적으로 맞혔습니다.
4. 극을 연출할 때 어떤 새로운 시도를 했나요?
먼저 랩 부분인데요. 제 생각에 ‘아쯔닥’이라는 판사 자체가 괴짜 과학자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누가 봐도 섞어서는 안 되는 물질들, 그걸 위험할 걸 알면서도 섞는, 그런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런 걸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서는 랩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 틀을 깨주고자 랩을 넣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이 이입을 하다가도 “뭐 하는 거지?”, “왜 랩을 하지?” 하는 이런 소외효과¹라던가 이화작용²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또 다른 시도를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나왔던 검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작품을 읽어보면 소유권 논쟁이 시작돼요.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다들 어떻게 연출하고 해석했는지 알기 위해 다른 작품들을 봤었습니다. 저는 1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1막을 안 하는 공연들이 많더라고요. 브레히트의 작품을 보면 처음부터 결과를 내밀고, 그다음에 과정을 풀어줍니다. 저는 그 점에서 브레히트를 좀 더 잘 해석하려면 결과를 먼저 도출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검은 사람들을 통해 소유권 논쟁을 보여주었습니다.
5. 이번 젊은 연극제를 무사히 마치고 난 뒤에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좀 더 맞춰나갈 부분이 있었고 공연을 하면 할수록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아직 준비가 덜 된 게 아니었을까, 3일 정도 더 있었다면 더 좋은 공연을 만들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젊은연극제인 만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필자의 첫 젊은연극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맹렬하게 내리쬐는 여름 한낮의 태양처럼 열렬한 청년들의 무대였다. 가을의 초입을 앞둔 9월은 이미 막을 내린 후지만 아쉬워할 것 없다. 무대와 관객만 있다면, 그들은 언제고 대학로를 가득 채울 테니. 무엇보다 젊은연극제에 몸을 던지며 크고 작은 난관을 헤쳐왔을 수많은 예비 공연예술가들은, 더욱 커다란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새로운 공연을 끊임없이 열어갈 것이니 말이다.
¹ 연극에서 다양한 극작술을 통해 극중 인물과 관객의 감정적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관객이 연극에 몰입하지 않고 소외된 상태에서 비판적으로 연극의 내용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함.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소외효과를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충격적인 것, 즉 설명이 필요하며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제시하는 수법. (한국콘텐츠진흥원)
² 소외효과와 동의어이다.
참고문헌
기정훈, 「신선한 '국악 뮤비'..."다 다르다" 젊은 연극제」, 『YTN』, 2021.06.25
젊은연극제 공식 홈페이지, 집행위원장 인사말
한국콘텐츠진흥원, 「소외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