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청년] IN AND OUT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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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성이 일종의 자기 계발이 된 오늘날, 성격은 만들어지고 있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끝이 없으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경쟁력이 된다.

‘인싸’로 가득한 세상이 뭐 어때서? 열정은 넘칠수록 좋은 거 아냐? 이렇게만 보면 외향성을 우상시하는 우리 사회는 그다지 문제없어 보인다. 기성세대의 집단주의 찬미와 청년세대의 인사이더‧아웃사이더 이분법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 그런데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물음표가 부재했던 세상에 생소한 질문을 던진다.


‘인싸’는 정녕 ‘좋은 것’인가?

‘인싸’는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인간상인가?

‘인싸력’은 언제부터 인, 의, 예, 지와 함께 5대 덕목이 되었는가?


이 글은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분열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글이다.



이 구역의 인싸는 나야


외향성과 내향성을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인싸’와 ‘아싸’다. 몇 년 전 한국을 강타한 인싸의 물결은 외향성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에 기름을 부었다. 성격을 단순히 둘로 가르는 이분법의 등장은 한국의 외향성 우상시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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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아싸를 활용한 상품 사례

인싸는 ‘되어야 하는’, 아싸는 ‘탈출해야 하는’ 것이었던가? 그곳이 어디든 검색창에 ‘인싸’만 검색하면 <인싸 되는 법>, <인싸 특징>, <요즘 인싸들이 사는 법> 등의 콘텐츠가 즐비해 있다. 외향성의 결정체로 여겨지는 인싸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한 듯하다. 알아야 하는 신조어는 매달 갱신되며, 비슷한 듯 다른 인싸 테스트들은 상시 대기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싸를 우상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짐에 따라 해당 표현은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인싸템’이 그 예시다. 어떤 상품이든, 특히 ‘요즘 애들’을 겨냥한 상품에는 일단 ‘인싸템’을 붙이고 본다. 필기도구부터 보드게임, 안경까지 인싸템의 범위는 정의할 수가 없다. 혹시 인싸의 조건에 자본도 포함되었던가? 갖춰야만 하는 인싸템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인싸·아싸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외향성 물결은 MBTI¹가 이어받았다. 유행이 그렇듯 새로운 바람은 기분 좋은 설렘을 동반했다. 본인의 행동과 성격을 설명해주는 분석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해당 검사를 단순히 재미로, 자신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기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격유형 검사라던 MBTI는 언제부턴가 재미와 흥미로움의 범위를 벗어나 ‘편견’과 ‘평가’의 영역에 스며들었다. 알파벳에 따른 외·내향성 인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향성을 우상시하는 사회상이 더해지며 고착화되었다. E(외향성)와 I(내향성)의 차이에 따라 한 개인의 성격에는 ‘활발한’, ‘소심한’ 등의 꼬리표가 달렸다. MBTI는 성격 검사가 아니라 사람을 정의한 판결문이었던 걸까. MBTI의 네 가지 알파벳은 개인의 모든 것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정작 당사자의 입장은 배제된 채로 말이다.

인싸와 함께 ‘E’라는 ‘자격증’이 하나 더 늘었다. 외향성은 결국 이 사회의 덕목으로 자리잡은 걸까. 한편 내향성은 ‘고쳐야 할’ 무언가로 자리를 공고히 하는 듯하다. 모든 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흘러갔다.



우리의 외향성 예찬을 찾아서


우리의 외향성 예찬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질문을 던져보지만, 외향성 예찬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하나 확실한 것은 외향성 예찬이 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사회적 동물인 인류 자체의 특징이 결부될 수 있다. 이를테면 외향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산다는 뇌 과학 연구 결과가 있다.²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는 만큼 사람에게 행복감을 얻어 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외향성은 행복에서 나아가 생존의 문제로 논하기도 한다. 서은국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확보해야 했던 또 하나의 절대적 자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이라는 절대적 생존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라면서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성한 ‘사회적 식욕’을 갖는 것이다. 식욕의 근원은 쾌감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살을 비빌 때 뇌에서는 사회적 쾌감을 대량 방출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외향적인 사람이 상대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다는 표현으로 치환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향성을 ‘불온함’과 ‘소외’의 대표 명사로 굳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어느 하나의 성향을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는 풍토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합인 사회가 해소해야 할 불협화음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인 세상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당장의 생존에 버거운 존재이기도 한 세상이다.

우리는 왜, 여전히도, 혼자인 개인을 손가락질하는 것일까.


‘쉬는 날에 그냥 집에 (혼자) 있었어.’라는 말에 ‘안쓰럽다’라거나 ‘같이 보낼 친구 없었어?’라는 식의 대답이 여전히 ‘반응’으로 기능하는 사회다. 휴가를 보내는 나름의 방식일 뿐인데 위로 식의 답변이 돌아오면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굳이 휴식이 아니더라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많다.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든 그건 당사자의 자유다. 각자의 시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이 간단한 명제가 여전히 통하지 않는 사회다. 외향성을 꾸며내야 선 넘는 발언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더 외향적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어릴 적 왼손잡이에게 오른손 쓰는 연습을 강요하듯, 외향성을 강요받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걸 갖춰야만 우리 사회에 맞는 ‘인간상’이라고 선을 긋는 느낌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안쓰럽게 보는 시선에는 대개 혼자인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가 깔려 있다. 내향성 자체를 ‘결핍’의 문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물며 혼자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단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에 여기서 ‘혼자’를 이해하는 첫 단계를 제안해 본다. 스트레스 해소 방식의 하나로 ‘혼자만의 시간’을 받아들여 보자. 구태여 내향적 성격과 결부하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휴일에 혼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로’를 건넬 이유가 없다. 위로받기에는 너무도 온전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후후 불면은 피어나는 동그라미


사람들이 내부와 외부라는 원의 안팎으로 뚝 구분되는 것만 같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외향성과 내향성을 두고 인싸와 아싸로 구분 짓는다.³ ‘인싸’로 완전히 속하거나 ‘아싸’로 전혀 속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만든다. 내부든 외부든 테두리에 발을 걸치고 있을 수는 없는 건가. 인싸라면 언제나 집단에 속해야만 하는 건가. …그게 가능한가?

우리는 모든 장소에서 내부인일 수 없다.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에 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절대적 인사이더’는 없는 셈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우리 대학의 학생이라는 점에서 덕성여대의 내부인이며, 근맥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위원이라는 점에서 근맥의 내부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덕성여대 교직원이라는 공동체에서는 외부인이 된다.⁴ 이 상황에서 필자는 인사이더인가? 아니면 아웃사이더인가? 외부인인 동시에 내부인이기에 어느 하나라 칭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 내부·외부라는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다.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없으니 내부와 외부라는 이분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즉 사람들은 언제든 다른 공동체의 내부인이, 속해 있던 집단의 외부인이, 혹은 그사이 어디쯤 속한 ‘우리’가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원을 존중하는 태도다. 이를 위해서는 가려져 있던 다양한 원을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다. 내부와 외부라는 딱 하나의 원으로 나눠진 세상에 더 많은 원을 그려보자. 소속감과 자유를 동시에 존중하는 마음가짐은 다양한 원, 즉 다채로운 공간이자 공동체를 개인에게 보장하는 사회에서 비로소 자리 잡는다. 다양한 집단뿐만 아니라 개인 자체도 하나의 원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인사이더이자 아웃사이더다. 딱 잘라 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게 성격이고 사람이니까. 인사이더라는 하나의 원이 진리인 것처럼 갈구해왔던 시간은 이쯤이면 충분하다. 각자의 원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완벽한 외부는 없다. 경계에 발을 걸친 이들이 수두룩하다. 내가 그린 원이든 그려져 있던 원이든, 돌아보면 모두가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지금보다 다양한 원이 자리하기를 바란다. 가끔은 새로운 원을 그리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원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지극한 외부인인 동시에 완전한 내부인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물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점 또한 말이다.



¹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이라는 4가지 선호 지표의 조합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설명하여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글에서 언급된 MBTI 검사는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검사로 한정한다.

²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 2015

³ 사회적 편견에 기반한다.

⁴ 필자는 교직원이 아니기에 해당 맥락에서 ‘외부인’이라 칭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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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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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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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희, 「[필동정담] 인싸, 아싸」, 『매일경제』,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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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민, 「‘인싸’ ‘아싸’ ‘자발적 아싸’ 현상에 연연 말고, 언택트 시대에는 자신의 삶 당당하게 사는 게 ‘행복’」, 『시빅뉴스』, 20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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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김경빈, 「[J포럼 명사 인터뷰] ‘행복의 차가운 진실’을 알리는 서은국 연세대 교수」, 『월간중앙』, 2020.09.17

홍연우, 「"I(내향)가 있네, 친구 없지?"...MBTI 열풍에 마음고생 "재미로만 보세요"」, 『뉴시스』,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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