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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Nov 21. 2022

[83호][학내] 이 집의 이름은

EG


  창립 후 백여 년이 흐른 지금도 덕성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물리적 노화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덕성하나누리관과 라온센터를 제외한 대부분 건물은 1980년대에 준공되었다. 2022년 현재로서는 그동안의 무게가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창학 100주년 전후로 도서관과 커리어개발센터 및 학생식당은 새롭게 단장하여 쾌적한 모습을 갖추었고, 학생회관과 인문사회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비대면/대면 혼합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 2022년 1학기에는 학교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며 교내 건물 노후화가 다시금 문제로 꼽혔다. 그에 따라 덕성여자대학교는 수업권 및 안전권 보장 요구에 발맞춰 각종 보수 공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의 흔적이 역력했던 교내의 구조물들은 조금씩 그 흔적을 메워나가고 있다. 다만 그 흔적이 여전한 곳이 있다. 바로 ‘기숙사’다.


  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 덕성여대기숙사 사무실 입구 현판

  덕성여자대학교 기숙사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89년의 일이다. 그해 8월 가온Ⅰ관 구관(ABCD동)이 개관한 이래로 1996년 2월에는 가온Ⅰ관 신관이, 2013년 3월과 9월에는 각각 국제기숙사와 가온Ⅱ관이 신설되었다. 가온Ⅰ관은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을 공용으로 사용하며, 방마다 개인용 책상과 옷장, 침대, 세면대가 구비되어 있다. 반면 가온Ⅱ관 및 국제기숙사는 방 내부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존재해 주방만 공용으로 사용한다. 방에 배치된 가구는 가온Ⅰ관과 동일하다. 가온 Ⅰ·Ⅱ관, 국제기숙사의 공용 주방에는 모두 가스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개수대, 식탁, 전기밥솥이 제공되어 취식이 가능하다. 유니트¹ 단위로 사용하는 주방과 4인용 식탁은 있지만, 음식을 제공하는 기숙사 내부 식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가온Ⅰ·Ⅱ관 및 국제기숙사의 가장 큰 차이는 화장실과 샤워실의 공동 사용 여부와 개관 연도, 수용 인원,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 가온Ⅰ관 2인실/가온Ⅱ관 2인실 ⓒ덕성여자대학교기숙사 2022-2학기 신청 안내문
▲ 가온Ⅰ관 주방/가온Ⅱ관 주방 ⓒ덕성여자대학교기숙사 2022-2학기 신청 안내문

  몇 차례의 보수 공사가 진행되었음에도 기숙사 건물에는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상당하다. 그 때문인지 기숙사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뿐만 아니라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거주 학생들의 불만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간(7/17~7/24)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기숙사 관련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각 관 거주 학생들의 기숙사 만족도 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 71건의 응답 중 가온Ⅰ·Ⅱ관 모두 ‘매우 만족한다’는 답은 없었다. 가온Ⅰ관의 경우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이 전체의 80%였고, 가온Ⅱ관의 경우 ‘보통’이라는 답변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러한 응답의 이유로는 시설 노후화 및 수질 문제, 비효율적인 기숙사 운영 시스템 등 의견이 다양했다. 먼저 가온Ⅰ관은 시설 노후화로 인한 누수·해충 및 먼지 발생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나무 창틀과 서랍의 교체 및 보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둘 다 연식이 있어 가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뿐더러, 방 안 먼지를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창틀은 이음새가 부식되어, 청소 시 이물질과 나뭇조각이 함께 닦여 나와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책상 옆 3단 서랍은 여닫을 때마다 나무 가시에 다치는 경우가 많아, 교체가 어렵다면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었다. 이외에도 방바닥의 장판 들뜸, 제품 특성상 세척이 불가한 방염 커튼, 파손된 공용 샤워기 헤드 등 기숙사 시설의 거의 전 범위가 불만 요소에 해당했다. 나아가 면적 대비 수용 인원이 적고 생활 불편이 많은 가온Ⅰ관을 철거 후 재건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많은 가온Ⅰ관 거주 학생이 시설 노후화 문제를 실감하고 있었다. 기숙사 건물의 노후화는 거주하는 학생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가온Ⅰ관 구관 창틀/3단 서랍
▲ 가온Ⅰ관 구관 샤워기/샤워부스

  가온Ⅱ관은 비교적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거주 학생의 만족도는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협소한 공간과 해충·누수, 부담스러운 기숙사 비용이 그 이유였다. 가온Ⅱ관의 경우, 방 안에 화장실·샤워실이 있어 개인 공간이 Ⅰ관에 비해 비교적 좁은 편이다. 또 거주하는 층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해충 또한 비일비재하다. 노후로 약해진 건물 틈을 통해 유입되는 해충의 양은 월 1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역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2018년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가온Ⅰ관의 계단과 복도가 물에 잠긴 적도 있었다. 2022년 현재도 비가 오면 방 및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보아 누수 문제 역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덕성여자대학교 기숙사비 (2022-2학기)

  설문 답변 중에는 시설의 수준에 비해 높은 기숙사 비용과 사용처가 모호한 입사비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0,000원의 입사비가 시험 기간 간식 사업에 이용되었으나, 2020년부터는 기존의 간식 사업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5월 유니트 조장 간담회에서 입사비 사용처에 관해 질문한 결과, 입사비는 기숙사 운영 전반에 사용되며 간식 사업 재개 예정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따르면 입사비가 곧 기숙사비의 일부로, 명칭만 다른 하나의 ‘기숙사비’를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거주하는 건물과 관계없이 비효율적인 기숙사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었다. 일례로는 기숙사 입사 신청 시 제출하는 서류를 들 수 있다. 모든 학생은 입사 신청을 위해 주민등록등본과 흉부 X-ray 결핵 검사 결과확인서를 일괄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흉부 X-ray 촬영에는 최소 만 원의 검사비가 필요하므로,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은 합격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만 원 이상의 검사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기숙사 입사를 위해서 반드시 내야 하는 기숙사비 외에도 부가적인 비용이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결핵 검사 결과는 거의 모든 기숙 시설에서 필수로 확인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신청자 전원에게 결핵 검사 결과확인서를 요구한다. 입사가 확정된 학생에 한해 결핵 검사 결과확인서를 제출하도록 바꾼다면,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불필요한 돈을 지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외박 일수 제한과 통금도 불편 사항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학기당 외박 일수가 16일로 제한되었다. 기숙사는 공동생활공간인 만큼 확산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도 외박 일수 제한은 그대로다. 또 외박 일수 제한과 함께 외박 신청 제도가 도입되었다. 외박을 위해서는 덕성포털에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단외박으로 간주해 하루당 벌점 3점을 부과한다. 기숙사 통금 시간은 새벽 1시부터 5시로 학생들은 외출 시 기숙사 정문에 있는 ‘스피드게이트’에 지문을 입력해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이 지문 입력 기록을 통해 학생들의 출입 시각을 확인하고, 통금 기준을 위반했다면 무단외박과 동일한 벌점을 부과한다. 이와 같은 출입 시각 및 외박 제한은 학생의 자유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구해 줘, 기숙사!

  기숙사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2월, 기숙사 거주 학생들이 우리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재한 건의문을 수용해 가온Ⅰ관 주방에 CCTV를 설치했다. 동해 6월에는 기숙사 전체 사생실에 무선 와이파이를 구축했으며, 8월과 11월에는 가온Ⅰ관 옷장과 식탁 및 주방 의자를 교체하기도 했다. 이번 2022년 여름방학에는 오래된 가온Ⅰ관의 방충망을 교체했고, 설문조사를 통해 겨울방학 중 진행될 장판 교체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기숙사 사무실이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소통 시스템이 필요하다.

  불편은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지 약간의 짜증과 거북함 정도일 뿐이지만, 사소한 불편이 쌓이면 어느샌가 균열이 되어 일상의 안락함을 깨트린다. 기숙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불만 사항을 나누어 보면 ‘뭐 그런 걸로’ 싶은 ‘사소한’ 부분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이 반복적·다발적으로 나타난다면 더는 사소한 것으로 묻어두기 어렵다. 작은 불편들이 모여 평범한 하루를, 소중한 휴식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기숙사는 학생들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쉬기도 하는 주거 공간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건물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건강을 걱정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필자 또한 기숙사의 사생으로서, 덕성여대 학우들이 지내는 이곳이 안락해지기를 소망한다. 이곳은 우리의 또 다른 ‘집’임을 잊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¹ 한 개 층을 통칭하는 단위. 1개의 유니트(unit)에는 10~13명의 입사자가 1개의 주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

덕성여자대학교 기숙사, 「덕성여자대학교기숙사 2022-2학기 신청 안내문」,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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