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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Sep 01. 2023

[85호][특집] 덕성여대의 말말말: 학내 구성원 차별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사랑’하는 덕성 가족?1)학내 구성원 차별

 우리대학의 교원은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나뉜다. 정년계열 전임교원이 정규직이라면, 비정년계열의 전임교원은 무기계약직, 비전임교원은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원 간 업무 및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비정년계열 교원은 정년계열 교원의 업무를 떠맡기도 한다. 비정년계열 교원의 처우를 보장하는 제도도 없어 차별적 대우를 받아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융합대학 소속 비정년계열 교수 E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 측에 비정년계열 교원과 정년계열 교원 간 업무 차이에 관해 물었을 때 큰 차이는 없다고 답변했거든요그렇다면 제도적인 처우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글로벌융합대학 E 교수: 비정년 트랙 교원과 정년 트랙 교원의 가장 큰 차이는 최종적으로 정년 보장이 되는 트랙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거예요. 비정년 트랙들은 아무리 열심히, 계속해서 재직해도 영원히 부교수고, 영원히 재임용을 걱정해야 해요. 임금이 정년 트랙 교수님들보다 낮다는 점도 있고요. 다른 하나는 교수 회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교수 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잖아요. 또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행정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보직을 맡을 수 없는 거죠.


2022년 4월 2자유게시판에 학교의 비정년 교수진 차별을 규탄하는 글이 게시됐어요연구실 퇴거 요구지도학생 미배정연구비 지원 중단 등 학교의 차별적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는데요교수님도 이러한 일을 겪으셨나요?

- 글로벌융합대학 E 교수: 네. 실제로 작년 1학기에 비정년 교수들한테는 지도학생이 배정되지 않았어요.2) 학교 측에서는 비정년 계열 교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곤 했지만 ‘편하기는 한데 섭섭한 이유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연구비. 2020년까지는 비정년을 차별하지 않고 교내 연구비로 500만 원씩 지원해줬어요. 그런데 2021년 비정년 교수의 연구비만 300만 원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학교 재정 문제가 있어 비정년 교수들의 연구비 신청 자격이 박탈됐어요. 그때부터 차별이라는 느낌이 온 거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연구실을 사용하는 비정년 교수들에게 2인 1실을 쓰도록 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요. 학교에서는 부인하긴 했지만, 어쨌든 ‘차별을 만들겠다’라고 말하는 건 틀림없죠.


이러한 차별적 대우가 당사자에게는 어떤 의미로 느껴졌는지 궁금합니다.

- 글로벌융합대학 E 교수: 우리는 ‘진짜’ 교수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계기였어요. 애초에 비정년 교수들은 연구비를 따올 수 없는 환경이거든요. 이런 기회 자체가 없는 사람들에게 교외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건 우리가 (정년) 교수와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단순히 차별받는다는 서운한 감정이 아니라 완전히 차별이 제도화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줬어요.


대학이 비정년 교수진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려는 시도가 있었나요?

- 글로벌융합대학 E 교수: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 총장님 취임 전에는 차별이 너무 없어서 불안할 정도였어요. 우리 학교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게 민주적이었거든요.


 대학의 일방적인 행정 개편은 비단 비정년계열 교원에 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건희 총장은 연구 평가의 기준이 질적 기준으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업적평가 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3) 더불어 교수와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조율을 통해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교수 당사자의 입장은 달랐다.

▲ 김건희 총장의 ‘입후보자 등록 서류’

김건희 총장의 교수업적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신임조교수 F: 갑작스럽게 신임조교수의 연구 점수 평가를 올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 번째로 인문사회 계열은 과학기술 계열에 비해 기업체에서 연구비를 수주하기 어려워요. 애초 연구비를 지원받을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문사회 계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 평가 기준을 올리는 게 부담스럽죠. 연구비 수주실적을 채울 수 없으면 자비로 연구해서 논문을 써도 돼요. 그러면 논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써야 하고, 억지로 논문 편수를 올리다 보니 오히려 연구의 질은 떨어지는 거죠. 두 번째로 연구 평가 기준 변경에 관한 사안이 신임조교수들과 전혀 소통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는 게 문제예요. 통보 이후에 신임조교수 모임을 만들어서 총장님께 면담을 요청해도, 총장님은 안 나오시고 교육부장님만 나오시더라고요.


 다른 학내 구성원은 어떨까? 지난 3월, 청소노동자 투쟁이 본격화됐다. 청소노동자들은 생활임금 400원 인상과 휴게실 개선·샤워실 설치를 요구했다. 지난 4월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투쟁 389일 만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어딘가 찜찜하다. 총장은 청소노동자가 ‘미화 노동자라는 프레임으로 억지 농성을 벌인다’라고 말한 바 있다.4) 덕성여대 총장의 이름으로 혐오와 비난을 표출한 것이다. 과연 적절한 처사였을까? 총장이라면 학내 구성원의 권리와 복지 보장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게 아닐까? 청소노동자 G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임은재

시위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청소노동자 G: 저희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은 산별노조5)이기 때문에 집단교섭을 해요. 서울시에 있는 13개 대학이 전부 같은 조건으로 각자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요구하는 거죠. 2022년도에는 임금 400원 인상이 요구안이었고요. 재작년 11월부터 10차례가 넘는 교섭이 있었고,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인상 권고안이 나와 학교 측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근무 시간을 단축하라는 말뿐이었어요. 임금을 올리는 대신 근무 시간을 줄이라는 말은 정해진 업무의 양은 그대로인데 근무 시간만 줄어든다는 말이니 받아들이기 어렵죠. 저희가 여성이고 나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가장이에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요즘 물가도 너무 뛰고 생활하기가 빠듯해요. 저희가 급여를 올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학교 측에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니 시위가 길어졌어요.


 2022년 기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시급은 9,390원이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겨우 230원 높다. 식대 12만 원을 더해도 월급은 세후 185만 원 수준이다.6) 임금 인상 교섭은 덕성여대를 포함한 13개의 학교에서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13개의 대학 모두가 합의에 성공해야 정식으로 임금 인상이 타결되고, 노동자들이 인상 소급분7)을 받을 수 있다. 덕성여대는 가장 늦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총장이 만남 요구에 응한 적 있었나요총장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 청소노동자 G: 올해 잠정 합의를 하기 전, 작년 5월에 한 번 만났었어요. 그때는 대화가 아니라 총장님 말씀을 경청하는 수준이었어요. 말씀드릴 틈을 안 주셨어요. 사실상 소통은 아니었죠. 그 이후에도 몇 번 교섭하긴 했지만, 총장님은 안 나오시고 처장님과 과장님만 나오셔서 계속 똑같은 요구를 하셨어요. 총장님과 만나서 대화하기 위해서는 입시 기간에 우리 요구를 들어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학생들이) 시험을 보러 오는데 피해 주겠다는 게 아니라, 현수막 철거하고 협조할 테니 한 번 만나서 대화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런데 전혀 대화하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이날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더 강경하게 저항했죠.


올해 임금 협상 타결을 이루긴 했지만인력 감축 조건이 붙었잖아요이 부분과 관련해 어떤 걱정을 하고 계세요?

- 청소노동자 G: 한 분이 정년퇴직하신 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일이 많이 늘어났어요. 내년에도 3명을 단축하기로 되어 있어서 업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자유게시판에 총장의 담화문8)이 게시된 이후 청소노동자에게 적대적인 학내 여론이 확산되었고청소노동자 투쟁에 반대하는 포스트잇도 붙었는데요이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 청소노동자 G: 사실 저희가 음악을 틀어놓고 선전전을 하며 학생들한테 불편함을 드리는 게 송구한 마음이었어요. 학교 측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 학교 측에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학생을 담보로 잡은 건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시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대자보를 걸었죠. 그런데 총장님께서 학생들이 투쟁의 본래 취지를 오해할 수 있는 담화문을 올리셨어요. 처음에 포스트잇을 보고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서, 저는 나중에는 안 봤어요. 우리 진심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비치는구나…. 너무 아파서 모멸감을 느꼈어요.


덕성여대에서 청소노동자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 청소노동자 G: 저희 스스로 자부심을 느껴요. 학생들이 와서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깨끗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학생들뿐이겠어요. 교직원 선생님들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그렇고. 저희의 노동이 없으면 사람들이 생활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식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덕성여대 구성원입니다.



1)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덕성여자대학교 제12대 김건희 총장 취임사.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21763&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D%95%EC%84%B1%EC%97%AC%EC%9E%90%EB%8C%80%ED%95%99%EA%B5%90%20%EC%A0%9C12%EB%8C%80%20(2023.06.30. 접속).

2) 이와 관련하여 교수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오갔고, 대학본부는 지도학생을 정상 배정했다. 결과적으로 1학기 지도학생은 미배정되지 않았다.

3) 김건희 총장은 ‘입후보자 등록 서류’에서 ‘연구비 수주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고, 연구자 친화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4) 총장은 청소노동자 투쟁 관련 여론 중 부정적 여론만을 인용하여 학생과 청소노동자를 대립 구도로 몰고 갔다. 해당 담화문이 게시된 이후, 청소노동자 투쟁을 향한 적대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청소노동자 F는 해당 시위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보며, 속상함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담 화 문.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70061&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B%B4(2023.06.30. 접속).)

5)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를 하나로 묶는 전국 규모의 노동조합을 말한다. (지식엔진연구소. (게시일 불명).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1701&cid=43667&categoryId=43667

(2023.07.02. 접속).)

6) 김건희 총장은 인터뷰에서 청소노동자의 월급은 317만 원으로, 우리 학교의 모 교수 집단보다 더 많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 때도 100% 임금을 지급한 것은 우리대학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당 지급해야 할 임금을 언급하며 청소노동자 투쟁을 논하는 총장의 의중을 짐작하기 어렵다.

7) 임금 조정에 따라 조정된 금액을 과거 임금에도 적용하여 더 주거나 차감하는 것을 말한다.

8) 앞의 글, 담 화 문.



참고문헌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담 화 문.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70061&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B%B4(2023.06.30. 접속).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덕성여자대학교 제12대 김건희 총장 취임사.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21763&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D%95%EC%84%B1%EC%97%AC%EC%9E%90%EB%8C%80%ED%95%99%EA%B5%90%20%EC%A0%9C12%EB%8C%80%20(2023.06.30. 접속).

지식엔진연구소. (게시일 불명).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1701&cid=43667&categoryId=43667(2023.07.02.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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