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편집위원회 근맥
김건희 총장이 총장직을 수행한 지 약 일 년 반이 지났다.1) 직선제로 선출한 총장이지만, 총장의 행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이에 김건희 총장은 침묵이나 ‘대학의 발전을 위한 구성원의 양해가 필요하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이 꿈꾸는 ‘발전’과 총장이 말하는 ‘발전’에는 큰 괴리가 있는 듯하다. 대체 ‘발전’이 뭐길래 두 입장은 자꾸만 충돌하는 걸까? 덕성여자대학교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할까? 청소노동자, 교직원, 재학생 등 우리 학교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을 만나보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십여 년간 덕성은 오랜 전통과 뛰어난 교육 철학, 100년이라는 시간의 저력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해 왔습니다. 덕성다운 활기와 열정, 연대와 소통, 자긍심과 자부심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덕성은 예전의 긍지와 활력을 되찾아야 합니다.”
- 제12대 김건희 총장 취임사 中2)
필수교양 캠퍼스 위치 최최종: 종로운현캠퍼스
작년 2월 13일, 대학본부는 ‘이해와소통세미나’와 ‘영어회화’ 수업을 종로운현캠퍼스(이하 종로캠)에서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개강을 이틀 남긴 2월 27일, 대학본부는 운현초등학교(이하 운현초)와의 이견 조율 및 안전 강화를 위해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재공지했다.3) 이미 수강신청을 마친 신입생을 비롯해 많은 재학생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종로캠 사용 보장을 요구했다. 이에 총장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유감을 표했지만, 정확한 문제 사항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명시하지 않았다.4)
운현초 학부모는 종로캠 활용 계획이 운현초 학생의 안전과 교육권을 도외시한 결정이라 비판했다. 우리대학은 해당 캠퍼스는 사실상 덕성여대의 소유이며, 평생교육원 건물에는 이미 강의실과 교수연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5)두 입장이 어떻든, 대학본부의 미흡한 의견 수렴과 사전 준비가 재학생의 피해로 이어진 것은 분명하다. 학생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총장은 종로캠 활용 연기에 대한 보상으로 텀블러를 배부했다.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을까? 신입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6)
종로캠 활용 계획이 덕성여자대학교 선택에 영향을 주었나요? 계획 무산 공지를 접한 후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 글로벌융합대학 A 학우: 어문학과와 종로캠 활용 때문에 덕성여자대학교를 선택했어요. 통학 시간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짰었는데, 활용 계획이 무산되면서 최악의 시간표가 됐어요. 갑자기 종로캠 사용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올라와 당황스러웠죠.
- 글로벌융합대학 B 학우: 갑자기 계획을 무산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생각해요. 학교 주장이 명확하지 않고 총장의 사과는 성의가 없어 신입생들만 혼란을 겪었고요.
- 글로벌융합대학 C 학우: 오리엔테이션 때 종로캠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도 종로캠 활용 계획이 무산되고, 이와 관련하여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을 보면 우리의 목소리와 등록금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들어요.
- D 학우: 해당 사항을 학교의 공지가 아니라 운현초 학부모들 때문에 알게 됐어요.7) 사담 목적의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있던 친구가 알려줬는데, 분위기가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학교의 공지가 올라왔고, 해결을 미루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화가 났어요.
종로캠 활용 계획 무산 이후, 텀블러가 배부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보상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글로벌융합대학 A 학우: ‘텀블러로 만족하겠지’라는 학교의 생각에 부응하는 것 같아서 텀블러를 받지 않았어요. 에브리타임 새내기 게시판에서는 ‘텀블러 받지 않기 운동’으로 학교에 의견을 표출하자는 여론도 있었거든요.
- D 학우: 이 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에서 텀블러를 받지 않았어요. ‘활용 연기와 관련하여 대응했으니 더 이상 얘기를 듣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느껴져서 더욱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요. 추가의 보상책보다 앞으로의 활용에 대한 제대로 된 입장을 알고 싶어요.
대학본부에 바라는 상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글로벌융합대학 A 학우: 총장이 사적지구를 교육시설로 활용할 때 거쳐야 하는 검사와 절차가 많다고 해명했잖아요. 그런데 정확한 기준과 절차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나 안내가 있어야 하는데, 그저 사용 불가능하다고만 말하니까 학생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죠. 투명한 절차가 필요해요. 불확실한 정보로 신입생을 모집하며 학생을 기만하는 행위를 끝내야 하고요.
종로캠 활용 계획이 무산되며, 학생들은 시간표를 재조정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은 물질적 보상이 아닌 구체적인 해결책과 활용 방안을 바라고 있지만, 대학본부는 여전히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8)
1) 김건희 총장은 2022년 1월 20일부터 제12대 총장직을 수행 중이다.
2)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덕성여자대학교 제12대 김건희 총장 취임사.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21763&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D%95%EC%84%B1%EC%97%AC%EC%9E%90%EB%8C%80%ED%95%99%EA%B5%90%20%EC%A0%9C12%EB%8C%80%20(2023.06.30. 접속).
3) 현재 종로캠은 덕성학원 산하의 운현유치원과 운현초, 덕성여대 교육대학원과 평생교육원, 덕성학원 법인이 함께 사용 중이다.
4) 7월 25일, 김건희 총장, 강남희 기획처장, 민재홍 교무처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교무처장은 해당 건물이 교육용 시설 승인을 받지 못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밝혔다. 총장은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점 이수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당 계획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5) 조희연·백준무. (2023). 초등 수업·대학 강의를 같은 건물에서?…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논란. 세계일보. https://m.segye.com/view/20230228501019(2023.07.02. 접속).
6) 7월 11일, 학칙 개정(안) 반대 시위에서 만난 글로벌융합대학 소속 신입생 A, B, C 학우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7월 14일, 2023 신입생 D 학우와 화상회의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7) 운현초 학부모들은 소통 목적으로 개설된 신입생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신입생과 접촉했다.
8) 민재홍 교무처장은 이사회가 종로캠 활용을 위해 종로구청, 서울시, 문화재청 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섣부른 공지가 신입생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총장은 이미 사과문을 통해 미안함을 표했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덕성여자대학교 자유게시판. 덕성여자대학교 제12대 김건희 총장 취임사. 덕성여자대학교. https://www.duksung.ac.kr/bbs/boardView.do?bsIdx=85&bIdx=521763&page=1&menuId=1262&bcIdx=0&searchCondition=SUBJECT&searchKeyword=%EB%8D%95%EC%84%B1%EC%97%AC%EC%9E%90%EB%8C%80%ED%95%99%EA%B5%90%20%EC%A0%9C12%EB%8C%80%20(2023.06.30. 접속).
조희연·백준무. (2023). 초등 수업·대학 강의를 같은 건물에서?…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논란. 세계일보. https://m.segye.com/view/20230228501019(2023.07.02.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