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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Sep 22. 2023

[85호][사회] 오염수, 바다에 양보하세요!

티라노

※ 본 원고는 2023년 8월 18일 최종편집을 마쳤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1)


 2021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 현재, 남은 절차는 방류 시기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방류가 성큼 다가오자, 전 세계에서 오염수 방류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민이 ‘우려’한대요

 7월 13일,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는 기다란 대기 행렬이 펼쳐졌다. 하루에 100포대 한정으로 판매하는 천일염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천일염 품귀 현상으로 인해 다른 마트에서는 번호표를 배부하기도 했다.2) 방사능 노출에 대한 불안이 사재기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방사능 노출은 생존권과 노동권으로도 이어진다. 해녀들은 장시간 바다에 맨몸으로 노출된다. 눈, 코, 입, 피부 등 모든 기관으로 바닷물을 흡수하는 그들에게 방류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어부도 마찬가지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방사성 물질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제주의 어민들과 해녀들은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를 진행했지만,3) 오염수 방류를 단순 경제적 이익으로 환원하는 태도 앞에서 이들의 권리는 묵살된다.

▲ 주한 일본 대사관 앞 그린피스의 캠페인 ©그린피스

 

 국민이 느끼는 실질적인 불안과 달리, 정부와 언론이 조명하는 오염수의 위험성은 제각각이다. 일본 정부는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들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LPS는 방사성 핵종들의 농도를 낮출 뿐 완벽히 제거하지 못한다.4) 방사능 위험성을 가진 삼중수소 역시 거를 수 없다.

 우리나라 언론 역시 누구는 안전하다 외치고, 누구는 위험하다 외친다. 방대한 정보와 입장 속에서 국민의 불안은 가중될 뿐이다. 정부는 불안을 잠재운다며 오염수의 위험성을 검증할 시찰단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파견했다. 그러나 시찰단은 검증 장비 없이 원전에 방문하였으며, 그들의 주된 임무는 오염수 시료 채취와 검사가 아닌 일본의 자료를 받아 분석하는 것이었다.5) 또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6월 30일 함께 수산 시장에 찾아가 수조 물을 마시고 해산물을 먹으며 ‘국민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직접 먹어도 괜찮을 만큼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행보는 무의미하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바다와 수산물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높은 수준의 검사방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전 대처에 그칠 뿐이다. 방사성 물질이 수산물에 누적되어 인간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상황에 대한 대응책은 없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국무조정실의 보도자료에는 ‘우려’, ‘유감’, ‘반대’의 부정적인 단어들은 쏙 빠져 있다.6) 국민의 안전에 타협은 없지만, 위험을 ‘우려’하거나 ‘반대’하지는 않는다. 국민의 공포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정부가 말로만 국민을 안심시킨 채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어라. 그러면 제 불안은 누가 책임지나요?


 왜 방출하는데요?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 원자력 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점검 보고서를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를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 오염수 방류에는 ‘국제 관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자, 국제적 관행을 따른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IAEA는 낮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을 내보내는 건 모두가 으레 해왔던 일이기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 오염방지에 관한 협약(런던 협약)’이 1993년에 개정되면서 무분별한 핵폐기물 방류는 없어졌다. 하지만 자국 연안에 방사성 물질 방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어, 현재까지도 많은 국가가 액체 혹은 기체 상태의 핵폐기물은 농도를 낮춰 대기와 하천, 바다로 내보낸다.7)

 IAEA의 정당화 원칙에 의하면, 방사능을 피폭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 방출의 이익이 손실보다 커야 한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 방출은 전 세계에 피해를 준다. 일례로 영국 셀라필드 원자력 단지에서 오염수를 방류했을 당시, 영국과 주변 국가들은 중대한 손해를 입었다. 바다로, 공기 중으로 퍼진 방사성 물질이 아일랜드해를 오염시키고 백혈병 발생률을 증가시킨 것이다.8) 손해에 관한 사례는 넘쳐나지만 방사성 물질 방출로 전 세계가 얻는 이익은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한다. 많은 과학자가 끊임없이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해도 이들의 문제 제기는 보고서에 담기지 않는다. l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보고서 설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도 5개의 언론사와의 별도 인터뷰가 전부였다. 기자회견이 아닌 인터뷰로 진행된 그로시 총장의 보고서 설명은 ‘곤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9)

 결국 과학자와 전문가의 교류를 통해 정당성을 유지하는 국제기구마저도 과학을 편파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수많은 이익 관계 속에서 과학이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허상에 가깝다. 과학은 그저 권력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한 하나의 해석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방사능 관련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IAEA도 과학에 기대 정당성과 윤리를 무시한다.


 진정하세요괴담입니다

 권력은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주장에 힘을 싣는다. 시민들은 권력 기구의 결정에 반대하기 위해서 또 다른 과학적 지표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시민이 직접 권력 기구에 대항해 ‘과학적 근거’를 증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들은 시위나, 서명 운동 같은 ‘비과학적 언어’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은 권력 앞에서 불안을 조성하는 ‘괴담꾼’이 된다. 

 후쿠시마 피폭 이후,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피폭’이 문제가 아니라 ‘우려하는 마음’이 문제라는 풍조를 조성했고, 미디어와 정부는 전문가의 말을 바탕으로 오염지역에 남을 것을 장려했다.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여 마을을 떠난 이들은 오염에 대한 걱정은 상상일 뿐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피해망상에 걸린 이기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10) 이처럼 오염을 걱정하는 이들을 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방류 반대를 거대 집단의 권익을 위한 행위로 치부한다.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성일종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괴담으로 달콤한 정치적 이득을 보겠지만, 어민과 소상공인들은 삶이 무너져 내린다”11)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환경단체가 아니라 '괴담 단체'가 됐다 싶을 정도다”12) 라는 발언을 통해 환경단체가 ‘괴담’을 만들어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는다는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국민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일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9억 8천짜리’13) 오염수 광고가 그 예이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은 광고의 목적이 “정확한 정보를 알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는 것14)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 입장을 ‘오해’, ‘괴담’으로 칭하며 편파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상황에서, 해당 광고는 국민의 의견을 도외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의 돈을 들여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홍보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없다.

▲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 | 김소통의 1분 정책] 캡쳐 ©대한민국 오늘정책

 

 안전보다 중요한 것

 현재 일본과 IAEA,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는 ‘안전’은 너무나도 편협하다. 사람들이 겪는 불안에는 등 돌린 채, ‘안전한 오염수’를 ‘과학적 진실’인 것처럼 선전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문제를 전 지구적 영역에 떠넘기는 일본의 행위는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하다. 안전을 말하는 과학이 중립적인 진실이 될 때, 시민의 공포는 ‘괴담’이 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책임 회피를 위해 우려의 목소리를 민폐 취급한 것처럼, 정부의 ‘괴담 프레임’이 계속된다면 미래의 우리는 ‘피해망상에 걸린 이기주의자’로 취급될지 모른다. 과학적 근거 앞에서 불안과 분노의 감정들은 비이성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논의의 장에서 우리의 실질적 염려는 배제되는 것이다. 그 미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니 진실과 거짓으로 방류의 정당성을 논박하는 소모적 행위 이전에, 당위적 차원에서 의문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이 자국의 문제를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것, 한국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채 결정을 강행하는 것 말이다. 국민의 불안은 허상이 아닌 실재하는 불안이다. ‘안전’과 ‘위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삶과 생계를 이어 나갈 국민의 권리를 묵살할 뿐이다. 해녀와 어민들의 시위, 소금 품귀 현상,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괴담과 선동의 결과가 아니다. 물질적이고 실질적인 공포이자 피해다.



1)  2023년 3월 30일, 대통령실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하여 내놓은 입장이다.

2)  신연경. (2023). [현장24시] “소금 사려고 새벽 4시 반부터 기다렸어요”.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01546(2023.07.25. 접속).

3)  오현지. (2023). 제주 어부회, 해녀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News1.

https://www.news1.kr/photos/view/?6006708(2023.06.29. 접속).

4)  원자력안전위원회. (2023). 삼중수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데 방류해도 괜찮나요?.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6553(2023.06. 25. 접속).

5)  장인수. (2023). 3無 시찰단‥검증장비, 시료채취, 민간전문가 없다. MBC NEWS.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5467_36199.html(2023.08.14. 접속).

6)  김소연. (2023). 윤석열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유감·반대’ 한 번도 없었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087284.html(2023.07.25. 접속).

7)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 (2021). 핵폐기물 버리는 ‘오랜 관행’과 싸우자. 한겨레.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0216.html?_ga=2.199815022.1943230246.1687877879-924750742.1665990545(23.06.29. 접속).

8)  변상욱. (2021). [뉴있저] 일본 오염수 무단 방류...비슷한 해외 사례는?.

YTN. https://www.ytn.co.kr/_ln/0104_202104131939261109(2023.06.29. 접속).

9)  김정수. (2023). ‘과학적’이라는 IAEA 보고서의 ‘비과학적’ 설명 방식.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99532.html(2023.08.16. 접속).

10)  오은정. (2020). 재후(災後)의 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부흥’이라는 주문(呪文):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부흥의 사회 드라마와 느린 폭력. 한국문화인류학, 53(3), 339-383

11)  이영환. (2023). 여당 "괴담으로 어민의 삶 무너지는데 야당은 정치적 이득"…오염수 토론회 개최. NEWSIS.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719_0002383157&cID=10301&pID=10300(2023.07.25. 접속).

12)  한영광. (2023). 여당 "환경단체, 괴담단체 변질"…정부지원 배제 추진. MBN뉴스.

https://www.mbn.co.kr/news/politics/4941439(2023.07.25. 접속).

13)  KBS News. (2023. 07. 17.). “일본 오염수 걱정 마세요” 정부 광고, 한 달에 10억 원 [영상]. 유튜브. https://youtu.be/XyViHgzc_kY

14)  위의 자료



참고문헌

김소연. (2023). 윤석열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유감·반대’ 한 번도 없었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1087284.html(2023.07.25. 접속).

김정수. (2023). ‘과학적’이라는 IAEA 보고서의 ‘비과학적’ 설명 방식.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99532.html(2023.08.16. 접속).

대한민국 오늘정책. (2023.07.10.). 후쿠시마 방류한다는데,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요? 김소통의 1분 정책[영상]. 유튜브. https://youtu.be/xSY3_hiADIU

변상욱. (2021). [뉴있저] 일본 오염수 무단 방류...비슷한 해외 사례는?.

https://www.ytn.co.kr/_ln/0104_202104131939261109(2023.06.29. 접속).

신연경. (2023). [현장24시] "소금 사려고 새벽 4시 반부터 기다렸어요".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01546(2023.07.25. 접속).

오은정. (2020). 재후(災後)의 시공간에 울려 퍼지는 ‘부흥’이라는 주문(呪文):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부흥의 사회 드라마와 느린 폭력. 한국문화인류학, 53(3), 339-383.

오현지. (2023). 제주 어부회, 해녀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News1.

https://www.news1.kr/photos/view/?6006708(2023.06.29. 접속). 

원자력안전위원회. (2023). 삼중수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데 방류해도 괜찮나요?.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6553(2023.06.25. 접속).

이영환. (2023). 여당 "괴담으로 어민의 삶 무너지는데 야당은 정치적 이득"…오염수 토론회 개최.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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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 (2021). 핵폐기물 버리는 ‘오랜 관행’과 싸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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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2023). 3無 시찰단‥검증장비, 시료채취, 민간전문가 없다. MBC NEWS.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5467_36199.html(2023.08.14. 접속).

한영광. (2023). 여당 "환경단체, 괴담단체 변질"…정부지원 배제 추진. MBN뉴스.

https://www.mbn.co.kr/news/politics/4941439(2023.07.25. 접속).

KBS News. (2023.07.17.). “일본 오염수 걱정 마세요” 정부 광고, 한 달에 10억 원 [영상]. 유튜브. https://youtu.be/XyViHgzc_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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