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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맥교지편집위원회 Mar 04. 2024

[86호] 여는 글 (pdf 파일)

 안녕하세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3월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설레다가도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눈에 밟힙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인사를 건네 봅니다.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졌던 겨울과 치열했던 편집 과정을 지나, 무사히 「근맥」 86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세상은 지겹게도 여전합니다. 전쟁은 끊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을 호소합니다. 소음이 쉴 새 없이 몰아칩니다. 학교라는 이 작은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본부와 학생의 시선은 맞닿지 않고, 침묵과 외면은 끊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해야 하는 말과 할 수 있는 말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해야 하는 말과 하고 싶은 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 세계가 물렁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독히도 깨닫는 요즘입니다.


 생각을 전해도 변하지 않고, 생각을 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의 가치를 되돌아봅니다. 말 잃은 언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말하지 못하는 언론은 존재 이유가 사라진 텅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는 결국 마침표가 찍히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마침표가 찍히기 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봅니다. 일상을 지배한 미디어는 어떤지, 옷과 밥상은 멀쩡한지, 우리의 미래는 괜찮은지요. 무엇보다 우리는, 근맥은 안녕한지요. 이번 호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새롭고 낯선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익숙하고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조차 발화자가 되어본 적 없을지 모릅니다. 침묵과 소음에 덮여 목소리가 닿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이자, 발화자가 되지 못한 무수한 ‘나’의 고백입니다.


 이번 근맥은 새내기를 맞이하는 글인 만큼 무게를 덜어냈습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이 글이 숨 돌릴 수 있는 작은 다락방이 되기를, 일시 정지 버튼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 부편집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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