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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Jul 06. 2016

천국의 식탁이 궁금하면 조지아로 가라

신들이 내린 축복, 조지아 음식 이야기

“조지아의 모든 음식은 한 편의 시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이 조지아 음식을 칭송한 표현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스탈린은 사실 조지아 출신인데 고국의 음식을 너무도 사랑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나라, 조지아.

3년 전 이 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았다. 매 번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탄성이 저절로 터졌다. 왠지 중앙아시아처럼 척박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에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시를 음미하듯 우아하게 먹고 싶었으나 너무 열중해서 먹다 보니 매 번 과식을 하곤 했다. 식탐을 불러일으키는 조지아 음식들.



조지아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저녁을 먹다가 코카서스의 높은  봉우리에 걸려 넘어져서 그 음식이 쏟아진 곳이 조지아였다고 한다. 천국이 내린 축복의 식탁이라고 할 정도로 그들의 음식은 특별하다. 지금껏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지만 조지아처럼 재료의 맛으로만 깔끔하게 승부를 내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조지아를 여행하면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Khinkali (낀깔리)

우리나라의 찐만두와 비슷하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기, 치즈, 삶은 감자, 버섯 등으로 소를 넣고 찐다. 우리나라 만두처럼 재료를 섞지 않고 개별로 넣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 낀깔리를 먹을 때 포크로 썰면 맛난 육즙이 다 흘러버리므로 먹는 요령을 익히자. 먼저 후추를 살살 뿌린 다음 윗 꼭지를 손으로 잡아 올린다.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혀 낀깔리의 옆면을 살짝 베어 무는 동시에 추르릅~~ 하고 즙을 빨면서 먹어야 맛나다. 꼭지는 먹지 않고 버린다. 조지아 남자들은 기본으로 20개 이상 먹는다고 한다.


시그나기의 레스토랑 'Pheasant's Tears'에서 쿠킹 클라스를 통해 배우는 중.
소로 들어간 재료를 골고루 주문. 고기, 치즈, 감자 낀깔리
버섯의 향이 너무나 인상적인 버섯 낀깔리.



2. Puri (뿌리) - 빵

주식이 빵인 조지아에는 여러 종류의 빵이 있다. 그 중 tonis puri (토니스 뿌리)는 tone (토네이)라고 부르는 화덕에서 구워낸 가장 일반적인 빵이다. 밀가루 반죽을 숙성 발효시켜 모양을 만든 다음 화덕의 윗부분부터 아래쪽으로 붙여 나간다. 바게트보다 더 담백하다.


시그나기의 숙소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오길래 길을 나섰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빵을 굽고 있어 영어로 말을 거니 조지아어로 답하신다. 보디랭귀지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고 빵 굽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창 바쁜 시간에 찾아온 방문객이 성가실 만도 한데 무뚝뚝하면서도 싫어하지는 않는 모습이 우리네 시골 할머니처럼 정겨웠다.


빵 하나에 300원 정도였고 갓 구워진 빵이 얼마나 고소하고 담백한지 그다음 날 아침에 또 사 먹으러 갔다.






두꺼운 천을 배에 대고 화덕 안으로 몸을 굽혀 반죽을 붙이는 할머니.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지만 할머니의 흔들림 없는 동작은 몇십 년을 해온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3. Khachapuri (카차뿌리)

'조지아 피자’라고 알려진 대표적인 치즈 브레드.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카차뿌리가 있지만 이메룰리 카차뿌리가 가장 흔하며 둥근 피자 형태이다.

sulguni (술구니) 치즈를 넣고 얇게 밀어 화덕이나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구워낸다.







4. Acharuli khachapuri (아차룰리 카차뿌리)

밀가루 반죽을 배 모양으로 만들어 구워낸 후 날계란과 버터를 토핑으로 얹어준다. 뜨거울 때 포크로 계란을 저은 다음 빵을 조금씩 뜯어서 계란에 찍어 먹는다.





5. 오이 토마토 샐러드

우리나라 김치처럼 조지아 식탁에 매일 오르는 샐러드.

호두 기름으로 드레싱을 하고 다진 호두를 듬뿍 올려서 서빙한다. 조지아는 어딜 가나 호두가 흔하고 저렴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6. Lobio (로비오)

강낭콩을 양파, 고수, 칠리 등과 함께 토기에 푹 익혀서 걸쭉하게 만든 수프. 빵과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7. Mtsvadi (므츠와디)

돼지고기를 꼬치에 꿰어 소금만 살짝 뿌린 후 포도나무 장작에 구운 요리.

평소에 돼지고기를 즐겨먹지 않는 터라 주문할 때 살짝 망설였으나 태어나서 이렇게 맛난 돼지고기 구이는 정말이지 처음 먹어보았다. 방목하여 기른 돼지라서 육질이 단단하며 씹는 맛이 좋았고 포도나무 장작에서 향이 배어 누린내가 전혀 없었다. 토핑되어 나오는 살캉한 양파와 같이 먹으면 맛나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꼬치로도 있음)



카즈베기에서 주문한 돼지고기 요리에는 튀긴 감자가 곁들여져 나왔다. 비를 맞아 축축하던 몸을 뜨끈하게 덥혀준 음식은 천국의 맛이었다. 강원도 감자가 최고라 여기던 나는 이 날 세상에서 가장 맛난 감자를 먹었다.



8. Shkmeruli (시크메룰리)

튀긴 닭을 토기에 담고 그 위에 다진 마늘과 물, 우유를 끓여 골고루 부은 다음 오븐에서 살짝 조리한 닭요리. 마늘이 듬뿍 들어가 느끼하지 않으며 맥주와 환상의 조합이다.




9. Churchkhela (추르츠헬라)

'조지아의 스니커즈'라고도 불리는 간식.

길거리나 가게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얼핏 보면 소시지 같다. 호두를 실에 꿰어 농축시킨 포도주스에 여러 번 담갔다가 말린다. 색깔이나 울퉁불퉁한 모습이 그다지 식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한 입 베어 물면 식감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포도의 새콤한 향과 호두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간다.

포도와 호두가 흔한 조지아의 환경이 반영된 음식 같다.






부근에 와이너리가 집중되어 있는 시그나기에는 Pheasant Tears (꿩의 눈물)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무턱대고 들어가 상냥하게 물어보았다. "조지아 음식을 배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맘씨 좋은 셰프가 점심시간 이후에 특별히 쿠킹 클라스를 열어주었다.



줄기콩 샐러드. 콩을 데쳐서 딜, 타라곤, 고수 등의 허브를 듬뿍 넣고 사워크림 드레싱으로 마무리.


파프리카 샐러드. 구운 파프리카 껍질을 벗겨내고 딜, 고수, 파슬리, 퍼플 바질 등을 듬뿍 넣고 오일 드레싱으로 마무리.


메인 쉐프 기요르.


주방에서 분주한 스태프들.


Pheasant Tears 레스토랑. 조지아어로 쓴 글씨가 귀엽다.


셰프가 시연해주는 음식을 배우며 주방 식구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오고 싶다던 그들은 지금도 잘 있는지 궁금하다.

두 시간 가량 만든 음식을 한 상 차려 사페라비 와인과 함께 먹었는데 그야말로 천국의 식탁이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 조지아의 와인과 음료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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