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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07. 2016

산책

온유



































이게 다, 할머니 때문이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할머니는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나를 깨우더니 실타래를 건네며 재봉틀 바늘에 실을 꿰어달라 했다. 그 후로부터 나는 잠이 줄었고 웬만해서는 늦잠 자는 버릇이 없었다. 


그날도 일찍 눈이 떠졌고 밖으로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어차피 나갈 거면서 ‘팍’ 하고 이불에서 나오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주변은 밝았으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듯했다. 가볍게 산책을 나섰지만 나온 김에 일출이 보고 싶어져서 근처 바닷가로 향했다. 그러나 가던 도중 해가 뜨는 바람에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아침 조깅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건강미 넘치는 뒤태는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그녀들을 따라 뛰고 싶었지만, 슬리퍼 차림이라 무척이나 아쉬웠다. 뒤로 쭉 당겼다 놓으면 앞으로 갈 것 같은 귀여운 자동차, 걷는 와중에도 신물을 보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조깅하는 남자가 보였지만,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출근하는지, 아니면 퇴근하는 길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때려치우고 여행을 떠나라고’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딸을 찍기 위해 분주한 아빠를 보며 세상 모든 아빠는 다 똑같은 마음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숙소에서 주는 아침밥을 먹었다. 아침밥이라고 해봤자 시리얼에 빵 쪼가리가 전부지만 여행자에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일찍 일어나 세상을 만났더니 하루가 길게 느껴졌고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니 이게 다 우리 할머니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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