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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Sep 04. 2017

양념장으로 승부하는 콩나물밥

장아찌 재료로 깊은 맛을 살린 양념장


이탈리아에 살 때 늘 그리워하던 한국음식이 몇 가지 있었다. 재료가 없으면 아예 해먹을 수 없는 음식. 귀국하면 꼭 먹겠다고 벼르며 올리던 음식 리스트. 콩나물 요리가 그중 하나였다. 유럽에서 숙주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콩나물은 아예 찾을 수 없다.



한국으로 출장을 왔던 어느 날, 콩나물에 대한 아쉬움을 늘어놓자 엄마가 콩을 몇 줌 싸주셨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한 번 길러보라고 하셨지만 콩나물이 유럽에서도 자랄지 내가 길러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시루가 없으니 주전자 바닥에 콩을 깔고 물을 주었다. 콩이 자라기도 전에 내 초조한 기다림이 먼저 자라났다. 애타게 기다리던 어느 날, 마침내 콩나물이 주전자를 밀고 올라오던 날의 놀라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조그만 콩알이 이국만리까지 날아와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것이 마치 가슴에 묻어둔 내 그리움에도 싹이 튼 것 같아 괜히 울컥했다. 여린 콩나물을 뽑아 냄비밥을 안치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콩나물이 생소한 이탈리아 친구들의 큰 호응은 불러내지 못했지만 한국인 친구는 더 달라고 아우성이어서 뿌듯했었다.





콩나물밥은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콩나물밥에서 가장 중요한 맛의 포인트는 역시 양념장이다. 신간 <집밥에 대한 딴생각>에서 나온 레시피를 따라해 보면 더 맛난 콩나물밥을 즐길 수 있다.



[<양념장으로 말해요 콩나물밥>


콩나물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콩나물밥. 반찬 없을 때 맛난 양념장 하나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이다. 냄비밥을 할 게 아니라면 물의 양만 잘 맞추면 된다. 여느 콩나물밥과 차별화하려면 양념장이 관건이다. 나는 장아찌 담갔던 고추와 마늘 등을 다져서 양념장을 만든다. 장아찌 상태의 식감과 향이 생으로 쓸 때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생마늘이나 생고추를 다져 넣으면 향과 맛이 너무 강해 콩나물 본연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만약 장아찌가 없다면 마늘은 생략하고, 청홍고추를 조금 다진 후 부추나 달래를 넣으면 된다. 콩나물을 많이 넣으면 밥 양을 줄여서 먹어도 되므로 아끼지 말고 듬뿍 넣자.




재료 :

쌀 2컵, 물 2컵, 콩나물 1 봉지, 돼지고기 목살 200g

(콩나물이나 고기의 양은 식구들의 식성이나 취향에 따라 가감)


양념장 :

국간장 2작은술, 양조간장 2큰술, 다시마 육수 또는 물 2-3큰술,

장아찌 담근 두릅, 마늘, 고추, 양파 등을 다진다.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쪽파 또는 달래 2-3큰술 (부추나 달래는 잘게 썰어서 양념장에 넣어도 되고 비빌 때 위에 얹어서 먹어도 된다)



만들기 :

쌀을 씻어서 체에 밭쳐 마른 불림을 한다. 콩나물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돼지고기는 얇게 저며 생강술 1큰술에 버무려둔다. 쌀을 먼저 넣고 그 위에 고기와 콩나물을 번갈아 켜켜이 놓는다. 쌀과 동량의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 중강불에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이고, 쌀이 익으면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냄비밥이 어려우면 전기밥솥에 한다. 밥이 다 되면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따로 낸다.



= 메모 : 밥이 다 되면 콩나물을 일부 덜어낸 후 주걱으로 섞는다. 덜어낸 콩나물을 다시 넣어 살짝 한 번 뒤적인 후 그릇에 담아내면 콩나물이 으깨지지 않는다 ]

<집밥에 대한 딴생각> 페이지 128-131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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