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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Dec 21. 2021

콩닥콩닥 마음 졸이며 코시국 유럽 여행 준비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불구하고 떠난 유럽여행

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11월 초, 유럽 3개국 크리스마스 마켓투어 공지를 올렸다. 함께 가겠다고 선언한 두 명의 동행이 있었던 터라 가는 김에 몇 명만 더 모이면 좋겠다 싶었다. 대한민국 국적자는 백신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그에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쁜 도시 독일의 뉘른베르크 그리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아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세 도시에서 3박 4일씩 묵으며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도 하고 맛난 음식 투어도 할 계획이었다. 이 여행은 2020년 12월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무산되었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해야 하는데 가겠다고 손 들었던 몇 사람이 포기를 했다.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 매일 악화된다는 뉴스를 보니 겁이 나기도 하고 가족들이 말린다는 이유였다. 현지에 있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있었던 터라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지만 동행들에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 줄 수는 없어서 같이 가자고 더 이상 설득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가겠다고 했던 두 명만 흔들리지 않고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번 여행이 무모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이번 도전이 앞으로의 여행 비즈니스 동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남은 동행들이 무척 든든하고 고마웠다.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한 이후 변수가 계속 생겼다. 첫 번째 변수는 오스트리아의 록다운 선언이었다. 확진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는 최장 20일의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날짜를 계산하니 우리가 비엔나로 입성하는 날 아슬아슬하게 록다운이 해제될 것 같았다. 만약 록다운이 길어지면 비엔나 대신 프라하로 대체할 생각을 하고 동행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다행히 프라하에 가 본 적이 없다며 괜찮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다.


두 번째 변수는 출발일을 일주일 앞두고 터졌다. 뉘른베르크가 속한 바이에른주의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바이에른주의 모든 크리스마스 마켓을 취소하겠다는 주지사의 결정이 내려졌다. 맥이 쭉 빠졌다. 동행들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아 너무 아쉽네요. 근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 않아도 도시 자체가 이쁘다면서요? 그럼 그냥 가는 거로 할게요."

동행의 쿨한 대답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쿨하고 호의적인 동행이라니!! 함께 할 여행이 더 기대됐다.


세 번째 변수는 출발 3일 전에 생겼다.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프랑스 정부는 갑자기 입국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프랑스로 입국하는 모든 Non EU 국가의 사람들은 PCR 음성 결과지를 지참해야 한다는 뉴스였다. 한국은 백신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입국 가능한 국가에 속했는데 갑자기 돈 들여서 PCR 검사를 급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온갖 영문 뉴스를 검색한 끝에 내린 결론은 프랑스의 공항으로 입국할 경우 해당되는 규정이었다. 우리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고 스트라스부르로 들어갈 거라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았다.


네 번째 변수는 출발을 하루 앞두고 터진 폭탄이었다. 오미크론 확산 속도를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규정이 긴급 부활되었다. 날짜를 보니 우리가 귀국하는 날의 자정까지 도착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었다. 이건 큰 타격이었다. 그동안 조금도 흔들리지 않던 두 명의 동행은 자가격리를 원치 않았고 나 또한 그랬다. 동행분들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이지만 자가격리 10일은 너무 답답해서 피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지금 여행을 취소하기에는 환불되지 않는 예약 금액이 너무 컸다. 기필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기존에 예약했던 KLM항공은 오미크론 파동으로 인해 예외적으로 수수료 없이 취소 및 환불을 해 주겠다고 했다. 하루 늦게 귀국하는 비행기를 찾아보니 마침 터키 항공이 있었다. 가격도 기존 예매했던 KLM항공보다 조금 높아서 나쁘지 않았다. 동행들에게 얼른 연락을 취했다. 항공권 재발급과 하루 연장하여 체류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일정을 변경하는 데 동의하셨다.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재접속하니 가격이 오히려 십만 원 정도 저렴하게 내려와 있었다. 여행을 가라고 등을 밀어주는구나.


출발하기 전날 밤, 항공권을 재발급하고 온라인 체크인을 마친 후에야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우리가 가는 3개국의 날씨가 엄청 추웠다. 히트텍 상의와 하의, 히트텍 양말 그리고 핫팩을 우르르 챙겨 넣었다. 꼭 챙겨야 할 서류와 짐을 크로스 체크하기 위해 동행들에게 톡을 보냈다. 빠짐없이 다 챙긴 것을 확인한 나는 걱정 끝에 이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항공권까지 재발급했는데 자가격리 10일 규정이 연장되면 어쩌죠?"

"그땐 어쩔  없죠 . 일단 현재 상황에서 피할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그냥 떠납시다."



끝까지 쿨한 동행들. 표현할  없는 감동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온갖 역경과 변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드디어 유럽으로 떠났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  쓰고 방역 규칙을  지키며 아드레날린 뿜뿜 솟구치는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건강하게 12 17 저녁에 돌아왔다. 다만 그사이 규정이 연장되는 바람에 우리는 꼼짝없이 10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우리의 코시국 유럽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연재하려고 한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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