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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릇 Mar 11. 2021

월요병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누워보지만 아무것도 하는 것도 없이 핸드폰만 본다.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불안감이 엄습한 상태로 가위눌린 듯 가만히 있는다. 어쩌다 잠이 들어 눈을 뜨면 월요일 아침. 그래 월급은 받아야 하니까 몸을 일으켜 출근을 준비한다. 아침 9시쯤 회사에 도착을 하면 커피를 한 잔 내려 자리에 앉는다. 제발 10시까지는 누가 날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약간 예민한 상태로 금요일 이후 멈춰두었던 일들을 다시 펼친다. 월요일 오전 10시면 팀 회의가 있다. 나는 상사와 사이가 좋지 않아 이 회의가 월요일 오전에 있는 것이 너무 싫다. 억지로 얼굴을 겨우 편다. 코로나가 주는 유일한 장점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끼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표정관리가 잘되지 않을 때 마스크를 낄 수 있어 좋다. 눈은 웃고 있지만, 하관만은 상사가 싫음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어 숨을 막는 마스크가 나의 숨을 터준다. 미팅은 한 시간 정도. 한 시간 동안에 일을 한가득 등에 업고 나온다. 조금 뭉그적 대면 그새 점심시간이 된다. 보통은 점심을 혼자 먹는다. 오전 내 답답했던 숨을 쉬러 나간다. 날이 좋으면 여의도 공원을 걷는다. 공원에 잘 정리해둔 그 계절의 꽃과 나무들을 보는 일은 오후 내 쥐어짜 낼 힘을 겨우 모으는 시간이다. 공원 산책에 시간을 대다수 할애하고, 샌드위치나 김밥을 5분 내 털어 넣어버린다. 식사라기보다는 뱃속에 음식을 넣는 물리적 행위를 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1시. 그래도 이때부터는 월요일의 예민함을 많이 덜어내고 많이 누그러진다. 그래 나는 사무노동자였지. 이게 원래 내 삶이야. 가급적 업무를 할 때는 생각을 버린다. 차오르는 테트리스를 깨부수자. 블록이 차올라 머리에 닿으면 나는 죽는 거니까. 일단 처리해 어서.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온다. 온몸에서 피곤함과 염증들이 올라오는 기분. 그냥 집에 뛰어가서 정신없이 쓰러진다. 초저녁 잠을 잘 자는 편이다. 이때 잠을 자지 않으면 저녁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밤 9시 눈이 떠진다. 몸속 모든 혈관에 피가 흐르는 게 느껴지는 듯이 어지럽다. 고민을 한다. 쭈욱 자버릴까? 이 쳇바퀴가 너무 싫어 뭐라도 하려 몸을 일으킨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 운동은 무리다. 라디오를 듣다 노트북을 펼친다. 이렇게 뭐라도 끄적이면 내가 오늘 하루 회사의 소유물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 좋다.



이제 곧 퇴사를 할 지라 월요병이 딱 3번 남았다.

과거의 못난 나의 모습을 Archive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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