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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Mar 31. 2023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찾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게 우선이다. 좋아하는 일이 분명해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한 길을 달려온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오래도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대학 전공은 점수에 맞춰서 선택했고 졸업 후에는 전공에 맞춰 직장을 찾았다. 20대에는 직장 구하기가 최우선 과제였고 30대에는 주어진 일을 해내느라 바빴다. 내 적성에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하지 않았고 일이라는 틀에 나를 구겨 넣었다.  


내가 좀 유별난 걸까?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은 직장에 취업했고 해외 나가서 일하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지만 어느 곳에서 일하든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발동이 걸렸다. 가령 이직을 한다던가 대학원을 다닌다던가 그런 식으로 근근이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직장 생활이 다 그렇지 하며 동료들은 무던하게 잘만 다니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럴까 하고 스스로를 책망한 적도 많았다.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온 머리를 잠식하면 몸에서도 이상 반응을 보였다. 

해외에서 근무한 지 3년 차쯤이었다. 이유 없는 어지러움에 병원 이곳저곳에 들러 검사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누우면 침대가 360도 회전하고 걸으면 땅이 솟구쳤는데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너무 우울해서 겪는 증상이었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계단에서 굴러 회사 대신 병원 응급실로 향한 적도 있다. 

이후 나는 마음이 영 내키지 않는 일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찾는 건데?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많은 책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으면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 있는 것 들을 나열해 보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막상 나열하려고 하면 생각이 잘 떠오르지도 않을뿐더러 나열한다 해도 '일'과 연관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가령,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나는 자기 계발 관련 도서나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나는 중국어를 잘하지만 싫어한다.

나는 그림 그리기에 관심 있지만 잘 못 그린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등등.


so what? 그래서? 

어떤 일이 나한테 맞다는 거야? 죽 나열한 걸 보면서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운세도 보고 MBTI도 본다. 그냥 차라리 누가 '이게 네 적성에 맞으니 이거 해'하고 알려주면 좋겠다 싶다. 


해법은 단 하나!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해 보는 거다. 하기 전에는 적성에 맞는지 절대 알 수 없다. 우리가 여러 일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제약이 적을수록 좋은데 그래서 다들 젊을 때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나는 매체에서 돈 된다는 일 위주로 시도해 보았다.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 다시 직장을 구해야만 했고 전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으며 몇 년을 버텼다. 어느 날 산책을 하는 데 분노가 일었다.


내 기준에서 과거의 일들이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이었다면 최근 몇 년의 일은 내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일들을 하면서 나란 사람에 대해, 적성에 맞는 일에 대해 이해가 생겼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아무 일이라도 해 보라. 하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적성에 맞는 일일 수 있고 죽기만큼 싫다면 적어도 자신을 이해하고 다음 일을 할 때 참고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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