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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Mar 31. 2023

리즈 시절은 갔지만

원지름 키우기 


지하철 풍경_그리지우 그림


평일 낮 시간에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다. 할머니 몇 분이 나란히 앉아계셨는데 뽀글뽀글 머리와 알록달록 옷이 같은 공간에 있던 청년들의 무채색 옷과 비교가 되었다.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든 건 마흔이 되고 나서다.  

자체 발광(發光)으로 만 원짜리 티셔츠에도 빛이 나던 이십 대는 세상의 중심에 선 기분이었다. 


마흔이 되자 원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주인공이었는데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내쳐진 느낌이랄까 














세상에는 마냥 좋은 일도 마냥 나쁜 일도 없다. 

 

나무 기둥을 잘라 보면 여러 겹의 동심원을 볼 수 있는데 '나이테'라고 한다. 보통 1년에 고리 하나가 생긴다고 하니 나이를 먹을수록 바깥으로 큰 원을 그려나간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중심에서 벗어나 원 크기를 키워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원이 공간이라면 작은 원을 비추는 빛은 강렬하지만 커진 원에서는 은은하다.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아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커진 원만큼 끌어안을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다. 




지하철 할머니들의 알록달록한 옷에는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눈의 노화가 오고 정신적 활력을 증진시키려는 잠재의식의 발현으로 화려한 원색을 선호하게 된다는데 지금의 나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얼굴의 반사판 효과를 기대하면서 옷장을 화려한 색으로 채우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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