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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Apr 03. 2023

늙어간다는 것

더 이상 당연한 건 없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늙는 건 한순간이니 관리 잘해"

엄마가 자주 하신 말씀이었는데 흘려들었다. 새겨듣기에 나는 너무 젊었다. 

어리석게도 내 젊음은 영원할 줄 알았나 보다.


나이와 머리길이 반비례


과거 사진 속 나는 풍성한 생머리를 등허리 중반까지 늘어뜨린 모습인데 지금은 어깨를 넘지 않는 중단발 길이를 몇 년째 고수하고 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내 피부는 아래로 처지고 그에 반해 머리 길이는 위로만 올라간다.     


밤을 새워도 다음 날 끄떡없는 체력

깨끗하고 탄력 있는 피부와 풍성한 모발

단단한 허벅지와 저절로 소모되는 체지방. 


어렸을 땐 당연하게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유독 굵은 허벅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허벅지 둘레가 줄어들까 봐 산을 오르고 스쾃를 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게 없다


과거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외출 반나절에 체력은 바닥이 되고 운동을 거르면 근력이 빠지고 체지방이 쌓인다. 흰머리가 올라와 정기적으로 염색을 해야 하고 비싼 화장품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미 내려간 피부를 끌어올려주진 못한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리면 조금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이왕이면 젊을 때 외모를 유지하다가 가면 좋지 않을까?

'젊음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있는데 돈을 투자해 젊음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화제다. 

미국의 IT 사업가인 45세의 억만장자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10대 소년인 아들의 피를 수혈받고 해마다 25억을 젊음 유지비에 쏟는다고 한다. 

실효성도 알 수 없고 그만큼 젊음을 위해 투자할 돈도 없지만 노화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초가을 산책길에서 한 발짝 발을 뗄 때마다 메뚜기가 함께 뛰었다. '울어대던 매미는 다 어디로 갔지?'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계절이 바뀐 걸 겨우 눈치챘다.  

'그래 계절이 변하듯 나도 자연을 따르고 있는 거였어' 

사람도 결국 자연의 일부니 계절이 바뀌듯 신체에 변화가 온다. 


태어남도, 노화도,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다. 

어쩌지 못하는 것들을 붙들고 한탄해 봐야 소용없다. 

젊음에 집착하기 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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