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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Apr 09. 2023

결혼이 나랑 맞을까?

40대 혼삶러입니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하면 '왜?'라는 눈빛을 받는 동시에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게 편하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능력 있으면'이라는 단서가 붙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결혼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한 연예인이 결혼을 하거나, 애를 낳거나, 이혼을 하거나 셋 중에 하나를 해야 한다며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불러주지도 않는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걸 봤는데 약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대세(?)에 끼어들기가 힘들다.

할 얘기는 많지만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맞겠다. 아무리 요즘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해도 결혼한 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관심사가 비슷해야 관계도 오래가는 법인데 결혼한 친구와는 공감대가 적어서인지 서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된다.


결혼이 나랑 맞을까?

다들 조용히 살아서 그런지 주변에는 없는 것 같지만 마흔의 싱글녀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김미경 강사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이 결혼을 안 한 이유는 매일 결혼을 안 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란다.

모름지기 정성을 쏟는 곳에 좋은 결과가 있는 법인데 연애보다는 일이 좋고 남자에게는 남는 시간만 썼으니 그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좋게 말해서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 결혼이 아닌 다른 선택을 누적한 결과라는 얘기다.

나는 자아실현 욕구가 큰 사람이다. 결혼 적령기에 해외에 나갔고 교제 중인 사람도 있었지만 대학원에 입학했다. 사랑도 좋지만 일에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그렇다고 교제했던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 헤어짐의 고통은 꽤 오래갔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몇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연애를 할 만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싱글 라이프 나쁘지 않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일과 사랑, 둘 다를 가질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든다.

연애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사람은 때가 있어서 놓치고 나면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모든 관계가 그렇듯 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내 여건이 좋아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데 그때의 나는 그게 어려웠다.


나는 혼자가 좋다

모두 지난 일이고 자기 합리화를 해 보자면 싱글 라이프가 어쩌면 나에게 더 맞는 선택(?)인 것 같다.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같이 있다고 안 외롭나요? " 사실 나는 외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하루 종일 입 한번 열지 않아도 심심하긴커녕 편안하다. 벚꽃 구경을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지금은 외롭지 않아도 늙어서는 외로울 거야"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혼을 고집하는 게 아니니 인연이 닿으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머니가 될 땐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질 거라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족하지만,




결혼을 하는 건 어떨까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한때는 결혼은 둘째치고 연애는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

이제 와서 결혼을 떠올리는 건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모와의 관계다.


동생은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다. 내 기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생을 대할 때와 나를 대할 때가 다르게 느껴진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아이'라는 말이 있던데 나는 부모에게 여전히 아이인 것인지 가끔 나를 돌봄이 필요한 아이처럼 대할 땐 참 난감하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끈이 타이트하게 묶여있는 느낌이다. 이제라도 이 끈을 조금 느슨하게 풀고 싶다.


내가 나이가 든 만큼 부모님이 일흔을 바라보고 계신다. 연세가 있으셔서 날로 쇠약해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많이 속상하다. 고민이 있으면 혼자 해결하는 편이지만 가끔 부모님과 의논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

상상조차 싫지만 가끔 엄마 아빠가 안 계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제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정서적으로는 부모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나를 볼 때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생각만 할 뿐이지 미동도 없다.

여전히 나는 혼자 사는 선택을 계속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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