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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Mar 31. 2023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코스 이탈자


마흔이 되자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삶에 제동이 걸렸다. 

약간은 억울한 마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 초라함, 답답함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어찌할 바 몰라 화를 냈다가 울기도 했다. 


그동안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커리어는 온데간데없고

자산도 사람도 하나 없이 나이만 먹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비교 공식, 돈÷나이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인생주기에 따른 한국인의 걱정에서 빠지지 않는 게  '시간, 돈, 나이'라고 한다. 


"여자 스물아홉입니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연봉이 너무 낮아서 괴로워요" 

"30세 가장인데 이 나이대 어느 정도 자산이 있어야 평균일까요"


데이터는 타인과 나를 비교해 나이대에 걸맞는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돈 나누기 나이'가 개인의 성적표가 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마흔은 중간 성적표를 받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내 괴로움도 사회가 만든 공식과 무관하지 않다. 


2. 이상적인 인생 여정표


한국인에게는 이상적인 인생 여정표가 있다고 한다. 

대입시험을 치고 졸업하면 취업하고 서른 초반에 결혼하여 첫째 아이를 낳고, 마흔이 되기 전 둘째를 낳고 아파트를 사고, 오십이 되면 은퇴하여 건강관리하면서 편안하게 사는 인생 코스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완벽한 코스 이탈자다. 

대학은 때에 맞춰 들어갔지만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코스에 맞춰 산 적이 없다. 

졸업을 늦게 했고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은 서른에 들어갔으며 일과 사랑 중 일을 선택해 결혼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편과 아이 둘 다 없으며 일을 택했는데도 아파트를 못 샀다. 

여기까지 적고 나니 갑자기 현타가 와서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남들은 성장 과정에서 겪는다는 사춘기를 무덤덤하게 보냈는데 코스 이탈자로 살아온 나는 마흔에 심하게 방황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흔이 되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꽤 긴 시간 동굴 안에서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책을 읽으며 판단에 착오가 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그러나 착오가 있었다 해도 모두 지난 일이다. 


내가 후회하고 사회를 원망할 땐 앞을 향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지만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외부로 향한 시선을 나에게 돌려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힘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가 있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내 인생 이제 시작이야. 원하는 건 다 이루면서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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