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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Jul 23. 2023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인생 n회차.

웹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다르겠지만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는 얘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립자가 되어 공기 중에 부유한다는 쪽이 내게는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모두가 한번쯤은 해봤을 테트리스는 블록들을 끼워 맞추는 단순한 게임이다. 초반에는 잘 끼워 맞추다가 예상과 다른 블록이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 찰나의 실수로 블록들이 쌓이게 된다. 게임은 아쉽게 끝이 나도 시작 버튼만 누르면 무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인생도 게임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스토리는 싹 삭제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되돌리거나 고칠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고 모두 단 1회의 유한한 삶을 산다.




초기화는 안되지만 일시정지와 재생은 가능하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되고 받아 든 성적표는 세상 기준에 턱없이 못 미쳤다.

성적표가 보잘것없으니 두 배속으로 열심히 달려야 하지만 나는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우리는 보던 영화를 멈춰야 할 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일시정지의 시간 동안 문제도 해결하고 숨 고르기도 하는 것이다. 일시정지는 말 그대로 잠시 멈춤이니 다시 재생하면 이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기화되어 처음부터 봐야 한다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균열이 생겨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 여행은 할 수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 지난 세월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도 그려보고 싶었다.


스토리 전개가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맥주라도 한잔 마시자. 재생 버튼을 누를 여유가 생길 때 다시 이어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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