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처음 입사해서
9년 차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어려운 업무가 있다.
바로 '의전'이다.
나는 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내가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끝까지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억지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챙겨야 하는 업무가
바로 '의전'이다.
의전은 대단한 스펙보다
타고난 센스와 꼼꼼함이
훨씬 빛을 발하는 업무이다.
누군가가
'그런 것까지 해야 돼?'
의 생각이 들 정도의
디테일까지 잘 챙긴다면
의전업무에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의전을 맡으면
나의 정신은 단 1분도
쉬지 않는다.
모든 신경과 감각이
의전을 받는 그 대상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가 지금 뭐가 필요한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뜰히 보살피고,
그가 이동할 다음 행선지를 체크하며,
그가 편안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모든 사항들을 확인한다.
그의 손과 발이 되어
하루 종일 정신없는 날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부모님께 이거의 반의반 정성만
드렸어도 참 좋아하셨을 텐데.'
돈이 웬수고,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역할이지만,
아무리 여러 번 해도
의전업무는 할 때마다
영 거북하다.
특히 시시콜콜한 사소한 것들까지
지시하는 상사를 만났을 때는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 아빠보다도 어리면서,
이런 것까지 내가 해줘야 하나.'
내년이면 근속 10년 차,
그럼에도 권위적인 문화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한참 오래된 사진이지만,
아이패드 출시 날,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미국의 한 애플 스토어 매장에
들렀을 때 찍힌 사진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대표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따르는 수행 직원들도 없이
자연스럽게 다니는 모습은
우리나라 회장님들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국 의전은 대개 '대접'의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해외 기업의 비서나 매니저들은
잡무보다는 '일의 본질'에 더 집중한다.
그들 역시 업무를 지원하고,
이동 수단을 체크하고,
장소를 섭외하는 등의
비서 역할을 다 하지만,
우리처럼 미리 선발대로 가서
자리 배치를 봐두고,
동선을 체크하고,
앉을 자리 등을 정하는 등의
의전은 없다고 한다.
의전이 서열을 공고히 하는
수단은 아닌 것이다.
같이 일하는 상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의전이 마치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자
마음대로 누려도 되는
무소불위의 도구로
인식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시가 있든 없든,
권력이 없는 일반 직원들은
늘 바쁘고 정신없으니 말이다.
쓸데없는 상상으로 쓸모 있는 일하기를 좋아합니다.
직장과 나의 만족스러운 더부살이를 위해
그리고 쓰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 INFJ의
세상살이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