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회사가 싫어도 사내 연애는 또 하게 됩니다.

15.

by 긋다

아무리 회사가 일하러

다니는 곳이라고 해도,

동시에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보니,

매일 부딪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남다른 감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내 연애는 회사 생활 중

가장 리스크가 큰 선택이자,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을

단숨에 다닐 맛 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일이기도 하다.


사내연애 초기, 썸일 때

회사는 그야말로 스릴 넘치는

드라마 세트장이 되고,

둘은 극비리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첩보요원이 된다.


절대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눈 사인을 서로 보내다가도,

곧바로 옆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공적인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사내 연애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숨기기 스킬'에

내심 감탄하며 만족해하겠지만,

결국엔 다른 이들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만다.


내가 아는 어떤 커플은

정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잘 숨기고 있다가,

사내에서 결혼한 다른 커플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주치게 되면서 발각된 일도 있다.


이는 극단적이고, 희박한 사례에

해당되긴 하지만,

실제로 사내 커플들은 결국

들키고 만다.


숨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티끌만큼의 실수도 없이

매사 행동에 신중을 기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들키는 경우를 보면,


서로 대화를 나눈 메신저 창을

모르고 켜둔 채 자리를 비워서,


퇴근길에 함께 카풀하는 것이

목격되어서,


주말에 어느 식당에 갔다가

직원들과 마주쳐서,


함께 있는 찰나의 순간을

어느 눈치 빠르고

새털 같은 입을 가진 직원에게

목격되어서 등등이다.


사내 커플이 되면

서로가 서로의 일을 잘 알기 때문에

공감 포인트도 많고,

이해의 폭도 넓다.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사내 연애의 단점은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할 경우

그 어느 연애보다도

불편하고 피곤해지기 때문에

회사 좀 다녀본 사람들은

사내 연애를 경계하는 것이다.


연애할 때는 잘 숨겼다가도,

헤어지고 나서 사람들 사이에

입에 오르내리는 커플들도 있다.


내가 아는 한 커플은

헤어지고 난 뒤,

한 부서에 발령이 나서

매우 찜찜하게

무려 3년을

버텨냈다고 한다.


그런 어색함을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면서

사람들은 두고두고

안줏거리 삼아

'그 둘이 참 독하다'라고

가볍게 말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헤어지면 최소 6개월 이상은

지옥이 펼쳐진다고 봐야 한다.


매일 준비도 없이

갑자기 마주쳐야 하는 불편,

다 알 것만 같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억누르고 다녀야 하는 나.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감안하고

피어오르는 감정의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하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사실 어떻게 알겠는가.


지금 나에게 다가온

이상적이기만 한

이 매력적인 사람이

평생의 반려자가 될지,

철천지원수가 될지.


이성으로 조절될 수 있는

감정이라면 다시 한번 더

숙고해 보고,


그런 논리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다면

그냥 삶의 흐름에 맡겨보는 수밖에.


사실 이게

이성과 논리로 차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까.


긋다(@geut__ta)



쓸데없는 상상으로 쓸모 있는 일하기를 좋아합니다.

직장과 나의 만족스러운 더부살이를 위해

그리고 쓰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 INFJ의

세상살이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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