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는 스스로를 자꾸 다그치고
괴롭히는 성격이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도
잘해야 한다는
열정과 욕심으로 가득해서,
참 오래도록 스스로를
못살게 굴었다.
회사 다니며 생긴
만성위염, 역류성 식도염만 해도
다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다고 자부한다.
회사에 들어와 보니,
화려한 스펙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학력으로만 따져봐도
소위 명문대를 졸업한 동기들도
수두룩했으며,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인서울 대학교'가 아닌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어쩌면 열정과 욕심 때문이 아니라
열등감으로 주눅 드는
나 자신이 싫어서
더 다그쳤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업무에 공을 들인 만큼
인정도 받았고,
승진도 빨리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어찌 된 판인지,
나는 더 불안해져 갔다.
더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은 커져갔고,
내가 원하는 수준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괴감과 자기 비하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나의 욕심만큼 인정받지 못해
또 한 번 무너진 어느 날,
나는 다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로 하였다.
지금 내가 왜 이토록
힘들고 괴로운지..
결국 더 잘하고 싶었던
욕심의 불씨는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나 스스로가 얼마나
성장하고 싶은지'가 아닌
'남에게 얼마나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는가'는
결국 작은 바람에도
허물어질 수 있는
모래성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욕심의 불씨를 나에게로 맞추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니,
나는 분명 성장해 있었다.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생각의 대부분은
줄곧 외부를 향해있었기에
절대 해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를 중심에 두고 본
과거의 시간들은
이제 새로운 난관 앞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차근차근 찾아갈 수 있는
경륜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니 지금
잘 해내느라,
완벽하게 해내느라,
불안했던 그 마음들의 방향키만
살짝 돌려보자.
그동안 꽤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에게
따뜻한 응원 한 마디씩을 건네며
숨 가빴던 마음을
잠시 다독여주자.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고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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