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회사에 롤 모델이 없습니다.
5년, 10년 뒤에서 옆자리 상사처럼
되고 싶지 않거든요.
- 유통직 2년차 직장인 -
우연히 카페에 들렀다가,
옆자리에 앉은 이들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대화 내용을 얼핏 들어보니
유통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하나같이 공감되는 이야기뿐이라,
카페에 온 목적도 잊은 채
5분 가까이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렇다.
나 역시도 회사에서
롤 모델이 부재한 상황이다.
솔직히 말해서
회사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
설령 '저분을 내 롤 모델로
삼아야지' 생각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찾는 곳이 많아
금세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
물론 딱 한 번,
그런 롤 모델이 있긴 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장이 된 그는
매우 스마트하고,
모든 일에서 합리적이었다.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먼저 해결책을 고민하여,
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곤 하였다.
냉정하고 차가운 면이 많았지만,
그의 리더십은 늘 신뢰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5년 뒤에는, 10년 뒤에는
저런 상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판타지 같은 상사를 겪고 나니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
보통의 상사들을 만날 때마다
'대부분은 원래 이랬다'는 허탈감과
상사에 대한 더 큰 환멸감으로
괴로웠던 것이다.
상사의 대다수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식만을 고집했고,
그들의 입맛에만 맞추다 보니
나의 경쟁력은 어느새 퇴보해 있었다.
.
내가 주효하게 배우고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이
회사에 없다는 사실은
퇴사의 날을 가속화시킨다.
그러나
.
그렇다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무작정 퇴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제는 롤 모델을
'사람'으로 찾지 않고,
'기능'으로 찾기로 하였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완벽성을 좇기보다는,
조각난 기능을 퍼즐처럼 모아
나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아, 나랑 안 맞는데.'라며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기보다,
상대를 그저 배울 점이 한 가지 정도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이다.
완벽한 조직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배울 것이 많은 사람들하고만
일을 할 수도 없다.
A상사에게선 위기 대응 능력을,
B상사에게선 꼼꼼한 보고 방식을,
C상사에게선 부드러운 설득의 기술을,
롤모델의 부재에 착잡해하지 말고,
내 성장의 퍼즐을 맞추는데 집중해 보자.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고,
가장 나를 발전시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나를 완성시켜주지 않는다.
나의 완성은
스스로가 부단히 움직여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