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인간관계는 겪어도 겪어도
늘 어렵다.
인간관계는 때때로
나를 충만하게 해주는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고뇌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이 힘든 것도
업무 스트레스보다는
사람 스트레스 때문이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한다.
점점 홀로 살아가도
아쉬울 게 적은 시대로 바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왕이면
주변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보다는 둘이 있는 게 좋고,
둘보다는 셋이 있는 게 더 좋기 마련이다.
인간관계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스스로가 약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난 커피를 잘 못 마셔서
다른 음료를 마시고 싶은데,
다들 아메리카노 마신다고 하니까..
그냥 나도 먹는다고 하지 뭐.'
.
'지금 내가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둘이 이렇게 오래 말하는 건
나한테 무례한 거 아니야?
근데 그렇다고 흐름을 끊기는
좀 그러니까 참지 뭐.'
.
'방금 그 말, 좀 긁히는데?
근데 갑자기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건
좀 그러니까... 넘어가자.'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예민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우리는 불편한 타이밍에서
매번 솔직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쌓이는 불편들을 삼켜봤자,
결국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엔 이렇게 생각한다.
한 두 번 넘어갈 수 있는
불편함은 참아보되,
반복된다고 느껴지면
내적 손절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경고를 주자고.
계속되는 불편을 참아내야 하는 만큼
상대에게 빚진 것도 없으며,
내가 그래도 되는 존재도 아니니까.
SNS에서 인간관계를
버스로 비유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버스에 탄 사람들은
서로가 좋든 싫든 함께 한다.
급정거가 걸릴 땐
손잡이를 잡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힘들 땐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서로가 하차해야 할
정류장에서 어김없이 내리고,
새로운 사람이 타기를 계속 반복한다.
만약 내가 어떤 이와
같이 내렸으면 하는 욕심으로
내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에서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같이 내리고 싶은 사람을
억지로 나의 목적지까지
데리고 간다면,
과연 상대도 좋아할까?
결국 인간관계는 억지로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중심에 두고
지금 내가 원하는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리고 지금 원하는 관계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한 번에 왕창 사람들이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사람들로
순식간에 채워져서
만원 버스가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 지금의 상황이 어떠하든
너무 애쓰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 흐름에 맡기며 관계의 변화를 즐겨보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