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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임에 꼭 가보세요.

32.

by 긋다

나의 1년 치 목표와 일상의 스케줄은

늘 회사와 관련되어 있었다.

회사 - 집을 오가며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회사 사람들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모든 정신이

그곳에만 쏠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주관하는 강연의

사회자를 맡게 되었다.


원래 나는 확실한 내향인인 데다가,

큰 행사의 사회는

생전 처음 맡는 것이었기 때문에

너무 걱정되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준비를 해보고자,

스피치를 알려주는

소모임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모임에는 생각보다 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떤 이는

취업 면접 준비를 위해

어떤 이는

나처럼 회사 발표 준비를 위해

또 어떤 이는

사업 스킬 향상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주말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도

지각하는 사람 한 명 없이

다들 매우 진지하게 모임에 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분위기가 풀리면서

중간중간에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주말에 자기 계발을 하는 서로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던 중,

한 사람이 내 마음에

콕 박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저는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일단 스피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때려 맞는 기분이었다.


단지 회사에서 잘 보이기 위해

발표 연습을 하러 온 나에게

그의 마인드와 관점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자기소개에서 '회사'라는 단어가

빠진 나의 모습이 어떨지,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늘 가던 곳만 가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모든 사고와 세계가

그 정도의 크기에서 멈춰버리고 만다.


회사라는 공간은 안전하다.

익숙한 업무, 익숙한 사람들.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하고,

어떻게 평가받는지도 분명하다.


그런데 그 분명함, 안전함이

때로는 나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잘 짜여진 조직 시스템 안에서

유효한 역량이 아닌,

회사 밖에서 오롯이 혼자

얼마큼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낯설고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삶은 결국 새로운 변화를

적응하는 과정에서 확장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때가

익숙하지 않은 일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적기라고 생각한다.


'회사 안의 나'가 아닌

'나다운 나'를 발견하고 싶다면,

지금 낯설고 불편한 그곳으로

과감히 발을 내디뎌보자.

dffdf.png 긋다(@geut__ta)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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