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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방향이 뚜렷해지면 OOO이 따라옵니다.

35.

by 긋다

회사가 거대한 세계가 아닌,

우물 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2년 전,

나는 한창 자기계발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2년 전부터 어느 순간 문득

회사에서 또는

모임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친한 동료들과

모여서 대화하는 주제는

늘 비슷했다.


오늘 있었던 직장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처음 대화의 포문을 열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연스레 연애와 결혼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점점 이 대화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과장님이 어떻게 해서

인사과로 발령 났는지,


옆 부서 최대리가 새벽 4시부터

3시간 동안 화장을 하고 온다는 게

사실인지,


지금 만나는 사람과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하기 싫다는 것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주면 좋을지,


점점 그들과의 대화에

코멘트를 이어가는 것이

흥미롭지 않아졌다.


연애할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감정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의 소문,

다른 이들의 사생활 뒷담화,

새로울 게 없는 결혼과 연애 이야기

이 중 나의 관심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래서 지금도 혼자겠지..;;)


그렇다고 회사에서

나는 요즘에 이런 걸 배우고,

이런 걸 경험하고 싶다고,


회사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친한 동료에게라도

자칫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더 이상 그들과 함께 나눌 수가 없었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어울렸지만,

더 이상 소속감은 느낄 수 없었다.


'무리 속에서 외롭다면,

그곳은 네 자리가 아닌 것이다.'


문득 부처의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이들과 이제

가는 방향이 다르구나.'


서로의 관심사와 삶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그래서 그에 따르는 관계의 변화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는 늘 외로움이 항상 함께 한다.

다만 예전처럼

당황스럽지는 않을 뿐이다.


지금 느끼는 '외로움'은

나의 삶의 방향이 뚜렷해졌다는

결과값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의 시간들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분명하게 그려주었다.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나의 세계가 달라졌기에 느껴지는

성장통이었던 것이다.


만약 지금 함께하고 있는 곳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속된다면,


너무 공허해하지 말고

더욱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그곳이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서,

삶의 다음 단계를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dfdfdfd.png 긋다(@geut__ta)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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