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좋았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물론 바뀌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중학교 때
예민하고 까칠했던 동창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 우연히 만났는데,
성격이 너무 싹싹하고 순해져서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살던 대로 산다.
나 역시도 그렇다.
어릴 때의 성격 80%가
여전히 그대로다.
회사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렸을 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향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성격의 큰 틀은
외부의 영향을 받아도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혹은
만날 때마다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나와 잘 안 맞았던 사람은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계속 안 맞을 것이다.
만약 그 불편함이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거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라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멀어질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소진시키는 관계에 쏟는
에너지의 기회비용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다짐하고 출근한다.
오늘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모든 것들에
관대해지지 말자고,
손해를 감수하고
배려해 봤자,
나만 다칠 뿐이니
나를 지키기 위해 냉정해지리라
의식적으로 되뇐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해 봐.'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 중
이기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너무 선해서
무너져 본 사람이어야만,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고,
진짜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이다.
그러니 예전보다 훨씬
나를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해도 괜찮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능력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보다,
나에게 나쁜 사람을
빨리 알아채는 눈일지도 모른다.
더하기보다 빼기가 늘 어렵다.
나를 위한 빼기를 잘하는 것.
그것이 진짜 나답게 사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