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감사하게도 나의 인스타툰을
자주 애독해 주시는 독자 한 분이
디엠을 남겨왔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너무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툰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가끔 이렇게
찐 독자들의 응원 편지가
올 때가 있는데,
창작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싶다.
그 메시지를 읽으며
나 역시도 문득 신입시절,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1. 전화벨이 울릴 때.
회사에서 저연차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전화 업무였다.
업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로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신입 딱지를 떼고
2,3년 차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이유로
전화가 부담스러웠다.
조용한 회사 사무실에서
내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것이
상당히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전화 내용을
엿들을 것만 같았다.
더 전문적으로,
야무지게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오히려
전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하루 종일 전화로
일을 해야 하는 자리에
발령이 난 적이 있었는데,
매일 하다 보니까
그냥 해결되었다.
모든 업무가 전화 업무라서
안 하면 내일 더 많이 해야 하고,
그러면 일이 쌓일 테니..
억지로 하게 되었고,
반복하다 보니
두려움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2. 엑셀 등 능숙하지 않은
작업을 해야 할 때.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했기 때문에
문서 작업 능력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엑셀은 물론,
한글 프로그램도
거의 처음 다루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문서자료를 작성할 때
난감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모르는 것들을
몰래 네이버에 검색해서
해결하곤 했다.
근무시간에 딴짓하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누군가
내가 검색하는 내용을 보고,
'이런 것도 모른다'라고 생각할까 봐
조마조마하며 찾아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 자유롭게 온라인 검색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참 다행히다'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요즘 시대는 AI가 요청만 하면
자동으로 다 만들어주니까,
이런 어려움은
줄어든 것 같다.
3. 상사가 호출할 때.
이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 있을까.
가뜩이나 뭐라도 실수할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상사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기라도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몇 보만 걸으면
바로 상사의 자리지만,
상사에게 갈 때까지
내 머릿속은
오만가지 두려운 상상으로
가득했다.
'아까 올린 보고서 때문인가?'
'몇 번을 확인했는데..
오타가 있었나?'
'하... 뭐지...?'
막상 가보면
별 일이 아닌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신입 때는
이름이 불리는 것 자체가
참 공포스러웠다.
근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공포스럽지만 않을 뿐이지,
솔직히 지금도 여전히
너무 싫으니까.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월급만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이 외에도 신입 때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까지
다 불편하고 낯설었던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갓 입사한 직장인이 있다면,
지금 느끼는 두려움, 괴로움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충분한 시간을
지나지 않아서라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서툴렀던 시간을 지나야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는 사실..
신입에게나,
정년퇴직을 앞둔 베테랑에게나
다 어려운 곳이니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