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요즘 저녁이면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한다.
저녁 6시쯤 도착하면
하교한 고등학생들이
빼곡히 앉아 있고,
저녁 식사를 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곳도
여럿 보인다.
그럴 때면 나는
짐을 풀면서,
자연스레 흘깃
몰래 그들의 자리를
엿보게 된다.
형광펜으로 덧칠된 문제집,
거의 다 마신 커피 캔,
꼼꼼하게 적어놓은 필기 흔적들.
저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흔적들이
그곳에 남아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취준생, 고등학생,
그리고 나머지는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마 마지막 그룹에
속할 것이다.
마지막 그룹의 연령대는
꽤 다양하다.
아버지뻘을 훌쩍 넘겼을 법한
분들부터 나 같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직 혹은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각자의 시간에 몰입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우리의 인생의 어느 자리에 있어도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인생 참 고단하다는 사실이
새삼 다시 느껴졌다.
누군가는 회사 안을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간절히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회사 밖을 나가고 싶어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회사 안을 원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안과 밖, 그 경계 어디에도
영원한 안주는 없다.
정체될 수 없으니까.
혹은 살아남아야 하니까.
각자의 절실한 이유로
도서관에서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삶의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폐관 시간이 10시라서,
9시 40분이 되니
대부분이 짐을 챙겨 퇴실하였지만,
폐관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울리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9시 59분까지도 요지부동,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마지막 1분까지도
끝까지 치열함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내가 지금 당연하게
서 있는 자리 역시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노력하며
간절히 얻고 싶어 하는 자리일 테니까.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목표점이자,
누군가의 출발점이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도,
나의 다음 자리를
성실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삶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