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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유능한 직원을 잃는 과정

43.

by 긋다

모든 월급쟁이는

회사의 소모품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면

큰 소모품,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작은 소모품일 뿐이다.


사실 각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SNS에서 회사생활을

욕하는 이야기를 볼 때면,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조직 적응에 실패한 자들이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실체 없는 꿈 타령을

한다고 믿기도 했다.


그저 현실감 없는,

철없는 판타지로

들렸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들은

내가 직접 겪고 나서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되는

진실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달 내내 장거리 출장을

다닌 적이 있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상사를 보조하며

출장을 다니다 보니,

결국 몸살이 나고 말았다.


팀장님께 전화로

휴가를 말씀드리고,

침대에서 끙끙 앓고 있던 중,

회사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과장님이었다.


"긋다 씨,

어제 출장에서 회의 한

내용은 정리해 놨나?"


"네. 제 자리에 출력본이

있습니다."


"어. 땡큐, 쉬어~"


평소 일이 쌓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어제 밤늦게까지

다 해둔 상태였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내 곧 서러움이

북받쳐 밀려왔다.


'이래서 회사에 아무리

몸 바쳐 일해봤자

부품일 뿐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던 거구나.'


그 순간 일 때문에

병원 가는 것도 미루고,

가족들 챙기는 것도 미루고,

모든 우선순위를 회사에

두고 살았던 지난날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회사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눈에 가장 잘 띄는

소모품이 되려고 애썼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기준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나의 고생스러운 '열심'은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냉정히 말해서

회사생활을 잘하면

내구연한이 조금 더 긴

소모품이 될 뿐이다.


조금 더 길게 버틸 뿐,

언젠가는 교체되고,

나는 냉정하게 버려진다.


그것이 조직의 본질이다.


그러니 회사가

열심히 충성하는 나를

언젠가 알아봐 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안고

다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내구재는

회사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성장해서

나만의 기술과 실력을

쌓아갈 때,

비로소 소모되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소모품이 아닌,

스스로의 작품으로

살아가는 삶을 위해

매일을 애쓰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쌓인 내공은

미래의 대체되지 않는

강력한 이력을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dfdfd.png 긋다(@geut__ta)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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