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관계에 대해 착각하기 쉬워진다.
함께 밥을 먹고,
힘든 일에 공감하고,
서로를 의지하다 보니
때로는 개인의 내밀한 고민까지
나누며 끈끈한 사이가 되어
'얘는 회사에서 만난
나의 찐 절친이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런 우를 범하였다.
회사에 인스타툰을 한다고
친한 동료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회사 생각보다
회사 밖의 생각이 더
많아지다 보니,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비밀이
흘러나온 것이다.
처음엔 당연히 신기해하였다.
친구는 회사 일 외의
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나를
대단하다며 추켜세워주며,
응원해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졌다.
"오늘 다 같이 모이기로 했는데,
아~ 오늘 작업해야 해?"
"우리 부서는 요즘 야근이 많아.
넌 그래도 칼퇴 자주 하니까
좋아하는 일도 병행할 수 있겠다."
별 뜻 없이 말하는 동료의
한마디도 찝찝해지고,
이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면
혹시나 내 사적인 이야기를
퍼트릴까 봐,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결국 직장에서
나의 '비밀'을 나누는 일은
곧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내 발등을 찍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좋은 사람도
분명 있다.
그리고 그 친구 역시
나에게 당장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사이가 아무리 친밀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상대이다.
이해관계 앞에서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회사라는 공간은 결국
이익에 의해
움직여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꼭 부업이 아니더라도
회사에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사적인 이야기들은
털어놓지 않는 것이 좋다.
이해받고 싶은
취약한 마음을 드러낸
한순간의 선택으로,
생각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회사 일 외의
다른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
그것은 퇴사할 때까지
오롯이 당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를 바란다.
답답하더라도
최대한 비밀스럽게
이중생활을 이어가라.
그것이 당신의 회사생활도,
당신의 일상도 모두
무탈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