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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살면서 가차없이 정리해야 하는 것

45.

by 긋다

유퀴즈는 내가 유일하게 보는

예능이다.

이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풀버전을 잠자코 앉아서

보기가 어려워져서

유튜브로 요약본을 챙겨본다.


어제는 이경실과 조혜련이

나온 편을 보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웃고

떠들던 장면 중,

이경실이 대뜸

조세호의 결혼식을 언급하며,

툭 던진 말이 있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결혼식은 처음 봤어."


"다섯 파트를 나누어서

사진을 찍더라."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아, 살면서.."


dfdfdfdf.png 유퀴즈 온더 블록 유튜브 영상


가볍게 툭 던진 말이었지만,

인간관계의 본질을

깊이 관통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장면은

베스트가 되었다.


영상 댓글에는 이경실의 말에

공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절감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대,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을 알고,

한 달 약속 스케줄이

꽉 차 있는 것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많던 인간관계는

대부분 허상에 가까웠다.


상황에 따라 변하고,

내가 바닥이 되니,

사라지는 존재들.


그때는 영원할 줄 알았지만,

돌아보니 그들은

잠시 그 시기에만

유효했던 것뿐이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동료들과 친해도,


설령 내가

어느 무리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을 잘 사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모든 생각들은

올해 유난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다.


천천히 나를 위한 일들로

새롭게 채워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크게 성장시켰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해 주었다.


두 달에 한 번 꼬박

미용실을 가는 일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의식처럼 하던 쇼핑도

그만두었다.


대신에

읽고 싶은 책을 사고,

보고 싶은 전시를 보러 가고,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에

과감히 투자했다.


그렇게 쌓인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나를

성장시키는 연료가 되었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분명한 방향을 그려주었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인맥은 정말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내 주변의 사람들의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폰 화면에 비치는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 보자.


내가 나로서

단단해졌을 때,

비로소 주변의 관계도

진짜 인맥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KakaoTalk_20251113_201829618.jpg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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