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회사와 거리를 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수하려고 했던 것이
주말이었다.
평일에 야근을 더 하더라도
주말은 최대한
온전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정말 만나서 편한 사람이
아니라면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집중하려고
애썼다.
전문직이 아닌
일반 사무 행정 업무만
N년간 하다 보니,
그 틈에서 나의 정체성은
생각보다 많이 흐려져 있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
'특출 나지 않은 사람'
그 이상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특별한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떤 능력이 있지?'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졌었지?'라는
질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든 힘을 빼고,
당장 이 순간 내가
경험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취미 활동을
일기로 기록했다.
이 일은 왜 안 맞았고,
또 다른 일은 왜 잘 맞았는지,
나의 성향과 적성을
파악하고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1년간의 실험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바로 그림과 글쓰기였다.
인스타툰을 연재하면서
나의 글과 그림에
위로를 받고,
때로는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되었다.
단순한 취미였던 일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조금씩 직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고,
해결책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작은 취미 활동은
세상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시간, 돈,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가치를 얻게 되었다.
결국 회사에 다니며
집중해야 하는 것은
'회사에서의 인정'이 아닌,
내가 가진 관심을
세상이 필요한 가치의 형태로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를 회사 밖에서
나만의 역량으로 조용히,
꾸준히 쌓아가는 것.
그것이 월급을 받는 동안
회사 다니며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수년간의 회사생활은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한다.
정체되어 있다고
공허함을 느끼는 것도
어찌 보면 입사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이다.
이제 그 공허함을
다음 단계로 가라는 신호로
인식하고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니 직장인에게 주말은
단순히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 아닌 셈이다.
수많은 기회를 품고 있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48시간
한 달이면 약 192시간.
1년이면 2,400시간.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5년 후, 10년 후의
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밀도 있게
그리고 온전히
나를 탐구하고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데
쏟아부어야 한다.
그 치열한 시간들이 쌓여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구할 유일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