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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 계속 단점만 되지는 않습니다.

48.

by 긋다

쓸데없는 커밍아웃을 하자면,

나는 예민한 편이다.


남들은

못 들었다는 소리도

나에게는 귀에 거슬리고,

혼자서 신경 쓰여한다.


심지어 귀에

에어팟을 끼는 것도

안 좋아해서

인위적으로 소리를

차단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집에서도 가장 조용한

시간대를 찾아 쓰곤 한다.


또 쓸데없는 잡생각은

어찌나 많은지,

다른 사람들은 한두 가지의

경우를 떠올릴 때,

나는 오만가지 케이스를

떠올리며 혼자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친구들이 내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너 대단하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

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에서

쓸데없는 일들까지

복잡하게 생각하는

내가 때로는

참 피곤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단점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는

신기하게도 장점이 되었다.


인스타툰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이

'섬세하다'였다.


'내 얘기 같아서

너무 공감됐다.'

'공감되는 포인트를

잘 살리는 것 같다'와

같은 후기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신경 쓰는

사소한 것들이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감정이지만,


굳이 드러낼 만한 일들이

아니어서 무심코

외면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저 나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깊게 느낄 수 있기에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민하고 피곤하기만 했던

나의 기질이

누군가의 마음을 더

섬세하게 읽는 능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각자의 모습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장점은 늘 쉽게 드러나지만,

단점은 늘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감춰야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단점 역시

어떤 상황에서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쓸모를 찾지 못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자신을 과소평가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유퀴즈에 출연했던

스칼렛 요한슨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어디 아프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너무 싫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이 목소리 덕분에

대체될 수 없는

색깔의 연기자로서

강점을 가진 배우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gfggggg.png tvn 유퀴즈 유튜브 영상 발췌

단점은 동시에

장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다수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평생 단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당연하고,

영원히 고정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단단한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색을

찾아낸 사람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순간,

단점은 버리고 싶은

괴로움이 아닌,

반드시 가져가야 할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dfdfdffdf.png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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