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여전히 sns에서는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로
20~40대를 후킹 하느라 뜨겁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서
조기 은퇴를 하고
원치 않는 노동에서
해방되는 삶을 일컫는
신조어다.
나도 한 때는
파이어족을 꿈꿨다.
뭐가 됐든
회사를 안 나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
억지로 한주를 시작하는 기분,
눈치 보면서 써야 하는 휴가,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불필요한 업무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이내 그 꿈을 접었다.
일단 무리하게 소비를
줄일 수 있을 만큼
독하지도 않을뿐더러
일을 안 하고 사는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회사 휴직을
하면서부터 달라졌다.
휴직을 하고
한 달은 행복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
시간적 여유에서 나오는 만족감은
반드시 파이어족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 달도 안돼서
점점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쯤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텐데..'
'난 뭐 하고 있지?'
몸은 축축 쳐지고
병든 닭이 되어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일을 쉬고 있는데도
쉬는 기분이 들지 않는,
이상하게 허한 감정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쉬고 있는 게 아니라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돈벼락을 맞아
취미생활로 하루를
꽉꽉 채우면
제대로 만족스러울려나?
생각보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들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멈춰있는 나'를
마주하는 일이
꽤 불편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파이어족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되는 삶.'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삶'이라고 말이다.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찾는데
의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취미로
하고 싶은 일을 경험하는 것보다
경제적 성취를 이루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
타고난 서민근성이라,
파이어족이 될 그릇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인간은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성장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누구나 바란다.
당신의 파이어족은
어떤 모습인가.
만약 지금 당장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게 된다면,
계속 놀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일'이란 걸 다시
하고 싶어 질까?
만약 그렇다면 그 '일'은
지금도 당장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진짜 자유는
현실감 떨어지는
이상적인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부터 도전해서
조금씩 소유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파이어족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파이어족이 되려면
평생 큰 욕심이 없어야 한다.
2. 계속 놀면서 내 자산을 까먹는 일에
초연한 마인드여야 한다.
3. 사람은 일하지 않고서는 살기 힘든 동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