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재작년만 해도 이맘때쯤
나는 정신이 없었다.
목, 금요일 저녁마다
연달아 잡히는 송년회,
연말 모임들로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연말을 보내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고,
그 무리에서
묘한 안도감까지
느끼곤 했다.
주말이면
화려하게 평일을 즐겼던
후유증으로
하루 종일 누워서
숙취를 깨기 바빴다.
그만큼 '사람'은
내게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인맥의
무의미함을 서서히
깨닫게 되면서,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예전처럼 외로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올해 연말 모임은
단 두 건뿐이다.
그마저도 과거의
시끌 버쩍한 인맥을 위한
모임이 아닌,
나다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가장 편한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이다.
의무적인 만남을
다 비우고 난 자리에는
이제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 대신하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뒤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한 내 모습으로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사람은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모두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날 뿐이다.
그러니 외로워지는
유약한 마음을
일시적으로 달래기 위해
사람에 매달려봤자,
결국 나는 더 쉽게
불안해지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외로움이
찾아오더라도
내 안에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처음 시작한
인스타툰 챌린지를 진행하고,
또 나의 일을 하며,
바쁘지만
어느 해보다 행복하게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북적이는 연말,
그 북적임이 정말
온전히 나를 위한
북적임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북적임이 나를 채우는지,
더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지,
냉정하게 내 모습을
바라볼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짜 나를 되찾는' 그림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