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생겨난 찬란할 만큼 다채로운 생명체들은 어떤 경우에는 극한의 조건에, 또 다른 경우에는 평범한 환경에 적응했다. 생명은 바다 전체에 걸쳐 각각 다르게, 그리고 이 긴 이야기의 또 다른 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건에 고유한 방식으로 대응하며 진화했고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헬렌 M. 로즈와도스키 『처음 읽는 바다세계사』
2019년 발행, 36쪽, 현대지성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했다. 회사나 종교 활동, 친목을 위한 모임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움직임은 배달로, 머물고 움직임이 최소화 되었다. 새로운 양상이 일상화가 되어간다는 의미의 ‘뉴 노멀’은 경제용어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이 책은 40억 년 전 시생대로부터 지금까지의 셀 수 없을 만큼의 변화와 표준을 거친 인류의 역사서다. 바다의 관점으로 방대한 지구의 역사를 서술한다. 먼저는 지질이 변했고, 바다가 순환했다. 바다의 미생물들은 광합성 능력을 발전시켜 산소를 만들었고, 생명체는 지구로 퍼져나갔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시절엔 얕은 바다 속 식량 경쟁이 심화되었는데, 포식자를 피해 먹이를 찾아 해저 퇴적층을 발전시켰다. 중생대의 생물 대량 멸종사건을 거처, 신생대에 들어서면 해양환경에 적응한 포유류까지 정착하게 된다. 바다에는 극한지대도 많았다. 해저에 금이 간 곳을 통해 스며든 물이 열 암과 만나 분출되는 열 수구 같은 곳인데, 이곳은 독성이 강한 황화수소가 나와 생명체는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관벌레, 홍합, 조개, 갑각류 등 많은 생물들이 미생물과 공생해 살고 있었다. 변화하는 바다의 지형과 온도 다양한 환경에 맞춰서 바다의 생명체들은 변화하며 정착해왔다. 인간 역시 바다에서 자원을 얻었고, 바다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운반하며 다양함을 퍼트리고 발전시켜왔다. 바다의 좋은 어장은 차갑고 영양가 많은 심층수가 바람으로 더운물과 순환되는 과정의 용승(upwelling)을 통해 도달한다.
지금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오랜 시간 달고나를 저으며 달콤한 미래를 꿈꾼다. 무기력한 일상에 끊임없는 용승 현상을 만들어 일상을 순화시킨다. 오랜 시간을 쏟은 달고나 커피는 맛있는 기쁨이 되기도, 생각했던 맛의 허망함 일 수 도 있겠지만, 결국 맛을 볼 것이다. 이 방대한 바다 세계사 역시 단번에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긴 시간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하고 습득하며 살아남은 역사로부터 작은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 책방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