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作 / 조지 로메로 감독 / 장르 : 공포, 스릴러, 좀비)
재난에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 장르는 좀비였다. 좀비 영화라는 장르가 현대에 다양하게 변주되어 관객들에게 소개되는데. 이 장르가 가지는 사회에 대한 시선이 생각나 좀비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좀비 영화가 가지는 특징 중 폭력성에 대한 부분을 잠깐 접어두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보자. 좀비 영화들이 가지는 이야기의 구조는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에서부터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이어진다. 시체가 사람들을 잡아먹는 상황이 통제가 되지 않아 무너져가는 행정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보여 지고, 여기서 나타나는 마스크를 벗은 개인의 모습들이 좀비 영화 장르가 가지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마침 좀비 영화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로메로의 시체 3부작 중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인 <시체들의 새벽>이 최근 개봉되어 상영되었다. 해당 영화는 아마 국내에도 익숙할 텐데. 현재 DC코믹스의 영화화에 큰 비중을 맡고 있는 잭 스나이더가 2004년 연출 한 <새벽의 저주>의 오리지널 버전인 영화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시체 3부작 중 가장 사회적인 비판의 요소가 짙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경찰 기동타격대로 보이는 한 인물이 이성을 잃고, 좀비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학살을 당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강도들은 시민들의 재산을 갈취하다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다. 그러다 대형 마트에 자리를 잡는데 시작부터 결말까지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무엇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 타인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다. 관용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붕괴되는 사회를 보면, 재난을 마주하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로써의 통찰이 보이기까지 한다.
현대에는 다양한 좀비 영화들이 있고 모든 좀비 영화들이 사회적인 이야기를 투영하진 않는다. 하지만 좀비 영화의 적자라고 볼 수 있는 <시체들의 새벽>을 통해 단순히 오락으로만 소비 될 수도 있는 공포, 좀비, 스릴러 영화들의 이면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하고 영화를 바라본다면 더 풍부한 감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KU시네마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