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진문화연구소 Jul 09. 2020

[15호] 나루의 발견_그림형제




People| 나루의 발견 #41 

그림형제



나루사이 15호에서는 ‘낯섦’을 주제로 광진구에서 낯선 시도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광진구 능동의 한 작업실, 독자들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과 이야기를 위해 반복되는 일상의 장면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림 형제가 있다.    


10년 이상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웹툰 분야에서 현업 작가로 활동하며 현재는 여행 드로잉을 테마로 작업을 하고 있는 ‘여행 드로잉 작가 최현주(이하 하울)’,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공간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동화책, 그림책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영환’작가를 만나 보았다.


먼저, 두 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하울 여행 드로잉 작가이자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 최현주(이하 하울)이다.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이 곳에서 결혼도 하고, (웃음) 지금까지 계속 작업을 이어오며 20년 정도 광진구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영환 주로 동화책과 그림책 작업을 하며 광진구 배경의 창작 활동을 진행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영환(이하 영환)이다. 우리는 대학교 선후배이자 스승과 제자 사이다. (웃음) 여행 드로잉 클래스 겸 수작업 공간이 필요해 광진구에 함께 작업실을 얻어 활동하고 있다.    


낯설 수도 있지만
익숙한 분야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자연스레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작업실 분위기가 포근하고 아늑하다. 광진구에 자리를 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하울 이곳에 자리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웃음) 광진구라는 지역은 내게 너무 익숙하고 좋은 곳인 것 같다. 그리고 광진구에는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출신의 작가들을 비롯해 예술 관련 분야를 전공한 작가들이 지역에 꽤 머물고 있다.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낯설 수도 있지만 익숙한 분야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자연스레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영환 저희 작업실 인근에 ‘네모펜 스튜디오’라는 웹툰 작가님의 작업실이 있는데, 그 분도 광진구 출신이다. 나루사이 ‘나루의 발견’ 코너에 추천 드리고 싶다. (웃음)    


좋은 정보 감사드린다. 16호에 꼭 참고하도록 하겠다. (웃음) 두 작가님의 관계를 이야기 해주실 때, 스승과 제자 사이가 이제는 함께하는 동료가 되었다고 하셨다. 특별한 인연인 것 같은데, 작가님들의 첫 만남 이야기가 궁금하다.

영환 햇수로만 따지면 거의 19년이라는 시간을 알고 지냈다. 우리의 첫 만남은 홍대의 어느 입시학원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애니메이션 학과가 미대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이었다.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기기 훨씬 전이라 관련 입시 학원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만화를 좋아하고, 전공하고 싶은 미대생들이 모두 홍대의 그 학원으로 몰려들던 때였고, 우리는 그렇게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나게 되었다.    


하울 그 후, 같은 학교에 영환 작가가 입학하게 되면서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며 지금의 인연까지 이어오게 되었다.


1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추억들을 나누셨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두 분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영환 작가님께 묻겠다. 미술 장르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영환 어렸을 때 만화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부터 만화가 혹은 화가가 줄곧 장래 희망이었다. (웃음) 내가 나온 학과가 ‘만화·애니메이션’인데, 엄밀히 말하면 애니메이션보다 만화가 좋아서 전공을 선택했다. 배우는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만화로 돌아오게 되더라. 다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같은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두 분야는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팀 작업으로 주로 이어지지만, 만화는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장르다. 이 점이 내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같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웃음) 현재 영환 작가님이 진행하고 계신 작업이 궁금하다.

영환 크게 그림책 작업과 일러스트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책 작업은 주로 외주를 받아 진행하는데, 삽화와 표지등을 그린다고 보시면 된다. 내가 직접 스토리텔링까지 맡은 작업도 있었는데, ‘외톨이 꼼’, ‘두더지 아빠의 일요일’ 그림책이 이에 해당된다. 일러스트 창작 활동을 진행할 때에는 주로 광진구를 그리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군자역, 출퇴근 때 오가는 골목길 등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들을 가져와서 작업하고 있다. 두 장르의 결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그림체를 달리 작업해 장르마다 매력적이 표현이 돋보일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한 분의 작업이라고 보기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작품들이다.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거다. (웃음) 이번엔 하울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가님이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여행 드로잉’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들이 궁금하다.

하울 이영환 작가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화가라고 하면 골방에 고독하게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고, ‘화가로 어떻게 돈을 벌지?’라는 의문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당시 애니메이션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웃음) 그림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도시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바깥에서 이젤을 펴놓고 그림 그리는 모습 말이다. 그렇게 ‘여행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2019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반 동안 머물며 진행한 여행 드로잉을 시작으로, 야외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는 소규모 클래스 등 나만의 로망을 계속해서 실현해 나가고 있다.


두 분 모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그림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하울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인생이고 삶의 전부인 것 같다. 그림을 통해 영환 작가도 만나게 되었고, 아내인 ‘이경희’작가도 같은 분야에서 만나게 되었다. (웃음) 그림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광진문화재단에서 인터뷰도 찾아오고! (웃음)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닌가.    


영환 사실 나는 그림을 그만두려 했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목표는 이상적인데 내 능력이 거기에 못 미친다고 느낄 때마다 내 길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휩싸이곤 했다.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도 크게 한몫했다. 두 가지의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면 진지하게 ‘그만두어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물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주는 힘을 선뜻 말하기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결국 그림이 좋아서 인 것 같다. 이것이 진정한 그림의 힘이 아닐까 싶다.        


두 분의 질문이 다른 듯, 같은 듯 재미있다. (웃음) 요즘 100일 동안 100장의 그림 그리기, 그림책 따라 그리기 등 취미로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이 낯선 분들을 위한 작가님들만의 팁이 있다면

하울 못 그려도 좋으니 선 하나라도 그어보며 여러 번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새로운 시작은 위축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가짐을 만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가르치는 분들이 그림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환 실질적인 팁을 예로 들자면, 그림을 작게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의 사이즈가 커질수록 손을 가동하는 범위도 커지기에 한눈에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 종이가 작아지면 다루는 대상의 범위도 작아지기에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한, 익숙한 재료로 시작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색연필이나 볼펜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처음 시작해본다면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 그림 그리는 영상을 참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나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영환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장면들을 계속 그려나가고 싶다. 어떠한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그림으로 먹고사는 생활인, 그리고 작가 ‘이영환’으로서 창작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하울 7월 말에 ‘치앙마이 여행 드로잉’ 작품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8월에는 ‘치앙마이 여행 드로잉’ 원화를 나루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통해 보여 드릴 예정이다. 바람이 있다면 주변을 계속 관찰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것이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최현주(하울) 작가 
·홈페이지 : https://linktr.ee/howl_traveldrawing
·instagram : @howl_traveldrawing
·e-mail : zoocrow@naver.com  

이영환 작가
·youtube : 이영환 Lee Younghwan 
·instagram : @leeyounghwan_
·e-mail : gi_llin@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15호] 뜨거운 한 낮이거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