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스테이션’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자양스테이션’은 2019년 7월에 오픈한 클래식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다. ‘파리뮤직포럼’의 서울 공연장 세계 각국의 연주자 및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서 ‘살롱 문화’를 꿈꾸며 무대와 객석을 좁힌 살롱 콘서트와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 1주년이 되는 시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영광이다. (웃음) 평범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 잡은 소극장이 참 낯설다. 먼저 ‘자양스테이션’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바로 유학길에 올랐다. 현재 프랑스 파리의 ‘에꼴 노르말 음악원’ 피아노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데, 안식년을 계기로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30년간 해외에서 지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교회, 성당 등 작은 공간에서 하는 음악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크고 화려한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우리도 유럽처럼 골목에서 쉽게 음악을 즐길 수는 없을지, 한국의 재능 있는 친구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다 공간을 꾸리게 되었다.
많은 지역 중에서도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000년도 즈음 한국에 잠깐 들어와 선화예술고등학교로 강의를 간적 있었다. 그때 외에는 솔직히 광진구, 특히 자양동은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었다. (웃음) 공간을 위한 지역을 물색하던 중 문화 공간이 포화 상태인 서울의 서쪽보다는 동쪽에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광진구가 떠올랐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 지역 내에 문화 향유가 부족해보이기도 했고, 재정적인 부분을 포함한 여러 가지가 알맞았다. 마침 원하는 사이즈의 건물과 환경이 눈에 띄었고, 지금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관객이 없다면
예술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
입구부터 마치 유럽의 예쁜 골목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아름답게 공간을 꾸며놓으신 것 같다. (웃음) ‘자양스테이션’에서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먼저 영재를 발굴하고 예술가로서 인성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젊은 연주자를 발굴해 공연을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이달의 아티스트’와 ‘오사카 국제 콩쿠르’ 한국 예선 통과자를 초청하는 ‘장학생 선발 콘서트’가 있다. ‘오사카 국제 콩쿠르’의 경우 내가 심사위원으로 위촉 받아 활동 중이기도 하다. (웃음)
또 다른 프로그램은 미래의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관객이 없다면 예술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하면 다들 ‘공연장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음악을 모르면 어쩌지?’하는 사소한 걱정부터 부담감으로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이에 생활 속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관련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공연장의 문턱이 낮아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예정이다.
예술 분야는 장르에 관계없이
상생해야 한다.
‘미래의 관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연극, 무용, 미술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아카데미가 눈길을 끄는데, 여러 종류의 예술 강좌를 열고 계신 이유가 궁금하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던 시절, 음악회를 기획하면서 미술, 무용, 문학 장르가 협업한 ‘테마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기억이 있다. 이때부터 예술 분야는 장르에 관계없이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함께 도와가며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이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선 질문이었던 ‘자양스테이션’ 소개에서 “예술 교류와 소통의 장을 위해 무대와 객석을 좁혔다”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사람과 대화 할 때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진심이 보이는 것처럼 관객들도 연주자의 숨소리를 느끼며 관람하면 극장의 에너지가 달라진다. 코앞에서 진행되는 연주를 바라보면 연주자의 몰입과 그간의 노력이 보이고, 감동도 배가 된다. 물론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다. (웃음) 성향에 따라 긴장을 많이 하는 연주자는 높이 자리한 무대에서 악기와 자신만을 생각하며 연주하는 것이 맞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자양스테이션’과는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소극장에서 친근하게 관객과 소통하며 음악을 다루고 싶었기에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살롱 콘서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
요즘 흔히 말하는 ‘방구석 1열’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웃음) 공간을 운영하며 겪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자양스테이션’은 골목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있어 주차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 이에 인근 종합병원 주차장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한 번은 주차 요원분이 우리 공간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간략하게 설명 드렸더니 실제로 공연장을 찾아 주셨고, 지금은 우수 관람객이 되셨다. (웃음) ‘자양스테이션’에 설치된 정수기 관리 기사님도 가족부터 친구들 모두에게 ‘자양스테이션’을 소개 시켜주셔서 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신 적도 있다. ‘자양스테이션’은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를 목표로 가지고 있기에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감사하다. 잊지 못할 장면들인 것 같다.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말이 너무 멋진 것 같다.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대표님이 바라보는 광진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자양스테이션’이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에 대해 한 마디 부탁 드린다.
광진구에서는 ‘문화 활동’이라고 하면 먹거리 또는 볼거리에 국한되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양스테이션’이 위치한 이 곳 자양동에서는 조선 시대 말을 기르던 마을의 특징을 살려 2년에 한 번씩 ‘자마장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대중음악이나 먹거리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이런 부분이 내게는 아쉽게 느껴진다. ‘광진구 문화분과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다보면 대부분의 광진구 지역 주민들은 예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과거에는 나의 그릇을 넓히고자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나의 그릇에 당신들을 담으며 채워가고자 한다. 사회가 점점 살기 어렵고 힘들어지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는 상황이지만 ‘자양스테이션’을 통해 예술을 나누고 공감하며 ‘우리’가 행복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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