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벗)
지난해까지 광진구에 살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연을 맺는 특별한 기회들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과 무언가를 같이 나누고 싶은 사람들, 내가 지나다니는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 뭐라도 만들었으니 조금이라도 나누어주고 싶은 사람들과 마주 보며 지낸 작년은 서울에 살며 가장 지역적인 삶을 산 한 해였다.
그렇게 동네를 생각하다 문득 한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는 두 명의 사춘기 남자아이들에 관한 영화이다. 이들은 성미산 공동체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보여주지만, 영화관에 앉아있던 당시 나의 시선은 그들이 자라온 배경, 즉 마포구 성미산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의 학창 시절은 노래 <네모의 꿈>의 가사처럼 네모난 교실에 앉아 네모난 칠판과 책상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 이들은 그것에 나만큼 휘둘리지 않는 듯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으로 ‘성미산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알게 되었으며 다음의 책으로 인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마을 학교』는 성미산 마을의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의 교육과 활동을 다룬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배우지 않는다. 학교는 마을로 확장되면서 마을 전체 구성원의 ‘삶’과 마주하면서 동네와 지역을 첨예하게 얽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대안학교’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지만, 다시 읽었을 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지역 문화’이다.
『마을 학교』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마을이 만들어가는 성미산학교의 생태교육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지속해서 마을을 꾸려가는 활동들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3부는 마을 내에서 함께하는 모임 혹은 프로그램들을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3부를 중점적으로 이 책이 바라보는 동네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짤막하게 엿보자.
학생들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교에서 배운 생태교육을 포함한 여러 배움을 실천하게 되는데, 이는 단지 ‘내 마을을 깨끗이 하자’라는 환경적인 부분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학생을 포함한 마을의 사람들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참가하면서 같이 무언가를 ‘쌓아’나간다는 것을 경험해 나가기도 하며,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학교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를 위한 한글 교실을 열기도 한다. 또한 지속해서 높아지는 임대료로 어려운 카페를 위해 매주 버스킹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성미산 학교’의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보여 지지만, 마을과 지역의 문제를 문화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들은 작년 광진구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지역 문화의 모습과 비슷하며, 비록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수없이 논의했던 이야기들, 뚝섬의 쓰레기 문제, 어르신들의 여가시간 그리고 건대입구역의 청춘뜨락 등과도 맞닿아 있다.
2020년, 지난해처럼 서로 모여 웃으며 여러 활동도 하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이 순간에 작은 규모로 똘똘 뭉친 마을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미래에 내가 그리고 싶은 나의 동네, 나의 지역, 우리의 광진구를 그려보면 어떨까?
글 박광택
동네책방 생산적헛소리 前 책방지기
현재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