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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Aug 06. 2020

[16호] 나루의 발견_네모펜 스튜디오


Space| 나루의 발견 #42

네모펜 스튜디오


옛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너무 가까이 있어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자어쩌면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평범한 일상 속 위대한 이웃들이 아주 가까이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광진구에는 지역 주민의 곁에서 잔잔하게 호흡하고 있는 문화 공간이 있다바로 <2020년 광진구 캐릭터 공모전 대상수상에 빛나는 네모펜 스튜디오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요리가 공존하는 식당 사사로운 갤러리 사진적이다네모난 종이 위 꿈을 그려가는 프리랜서 작가부터 문화가 함께하는 식탁까지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긴 호흡으로 지역과 함께하고 있는 두 곳을 만나보자.     


네모펜 스튜디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광진구 능동에서 프리랜서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정준영(이하 네모칸), 전영옥(이하 네모랑)이다. 우리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선후배로 처음 만났고, CC(Campus Couple)를 거쳐 부부가 되었다. (웃음) ‘네모펜 스튜디오’는 만화를 그리는 컷을 의미하는 ‘네모’와 만화를 그리는 도구인 ‘펜’에서 따온 이름이다. 작가명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네모랑은 네모와 함께하는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고, 네모칸은 네모 칸 안의 그림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두 분의 작업만큼 굉장히 귀여운 작가명이다. (웃음아실지 모르겠지만 네모펜 스튜디오는 지난 나루사이 15호를 통해 만난 그림형제’ 분들에게 추천 받았다추천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웃음특별히 광진구 그리고 능동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엔 광진구 옆 강동구에 작업실을 꾸리고 신혼집도 얻었다. 지금은 아이 넷을 가진 다둥이 엄마, 아빠인데 (웃음) 아이들이 크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곳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 환경도 중요하고. 그러다 어린이대공원도 있고, 학교(세종대) 다니며 익숙한 지역이었던 광진구로 자연스레 오게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과 이로 인한 자연 친화적인 모습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도심 속에 크게 공원이 자리 잡은 곳이 드물기도 하고. (웃음그럼 이제 두 작가님의 작업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지금까지 네모펜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진행해온 작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만화를 비롯해 캐릭터, 일러스트, SNS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둘이 함께 하고 있다. 따로 보다는 같이 하는 작업이 이젠 익숙하고 편하다. 네모칸이 영감이 떠올라 캐릭터를 만들면 네모랑이 이에 맞춰 스토리를 짜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웃음) 2015년에서 2016년까지 약 2년간 네이트에서 <여자의 마음>이라는 만화를 연재한 적도 있다. 아이들을 주제로 그린 만화도 있고, 부천시에서 진행하는 출산장려 홍보용 만화지원사업에 당선되어 미필적 육아 성장만화 <네시네 다이어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동 전문출판사 예림당과 함께한 단행본 <쓱읽고 딱아는 속담>을 제작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최종적으로 지금 보시는 광이진이가 탄생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2020년 광진구 캐릭터·웹툰 공모전>에서 SNS 캐릭터 대상을 수상하신 것을 빼먹으셨다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박수지역을 대표하는 광이’, ‘진이’ 캐릭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창작 배경이 궁금하다.

공모전 소식은 SNS상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광진구에 사는 우리가 누구보다 이 지역을 잘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광진구의 지명은 넓을 ‘광(廣)’에 나루터 ‘진(津)’이 합쳐진 넓은 나루터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뜻을 따서 ‘광이’에는 한강과 배를 표현한 나루터의 모습을 담았고, ‘진이’에는 광진구의 상징 꽃인 진달래를 연상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여러 컨셉을 고민하던 중 튀는 캐릭터보다는 친숙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 주민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최종적으로 지금 보시는 광이진이가 탄생했다. (웃음)     


16년 만에 바뀐 광진구 캐릭터라고 들었다광진구 곳곳에서 만나게 될 광이&진이’ 모습이 기대된다문득 엄마와 아빠가 함께 캐릭터를 만들고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일단 우리가 만화를 그리다 보니 집에서 만화책 보는 것이 공공연하게 허용되는 분위기라 아이들이 그 점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평소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자주 보내는 편인데, 아이들의 순수한 그림이 우리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사실 큰 영감을 받는다. 광이진이를 제작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굉장한 자극을 받았다.     


결국 가족 모두가 함께 제작한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웃음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두 분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만화가의 길을 쭉 걸어오셨는데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예술이라고 하면 무언가 특이하고 특별한 삶이 있을 것이라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업이고 일이다. 모두가 그렇듯 일 하다 보면 힘들고, 그만 두고 싶은 순간이 있지 않은가. 예술가도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을 꼽자면 작업을 하지 않을 때가 단연 1순위다. 강제 슬럼프 같다고 할까. ‘내가 능력이 없어서 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만화를 그려도 될까?’하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또, 가끔은 열정페이처럼 느껴지는 작업 요청이 힘들 때가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작가님 말에 동의한다아직 예술가의 능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이 재단의 입장에서도 아쉬울 때가 많다질문을 광진구로 돌려보겠다광진구 문화예술에 대한 네모펜 스튜디오의 생각이 궁금하다.

광진구에 거주한 지 햇수로 8년째다. 당장에 문화예술 이슈가 많은 마포구까지는 어렵더라도 광진구도 비슷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어 그렇다고 본다. 우리 학과만 해도 꽤 많은 졸업생이 광진구에 분포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번 열리고 끝나는 단발성 축제가 아닌 연장의 개념으로
지역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되면 좋겠다.   

  

‘서울동화축제’가 광진구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한다고 했을 때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지역 주민으로서는 물론이고 작가로서 우리의 분야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당분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를 즐길 수 없겠지만 작년만 해도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바람이 있다면, 한번 열리고 끝나는 단발성 축제가 아닌 연장의 개념으로 지역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마련되면 좋겠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네모펜 스튜디오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림을 통해 창조하며 나이 들고 싶다. 사람은 결국 본인이 편한 것을 찾게 되어있다. 그림도 인생이랑 비슷한 것 같다. 붓으로 어려우면 펜으로 하면 되고, 펜으로 어려우면 또 다른 도구를 찾으면 된다. 그림은 우리가 생각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니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함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실현하면서 언젠가 우리의 노후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다. 모쪼록 앞으로도 ‘네모펜 스튜디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네모펜스튜디오
homepage : nemopen.modoo.at

네모칸(정준영)작가
e-mail : junvirus@naver.com

네모랑(전영옥)작가
e-mail : arer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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