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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Aug 06. 2020

[16호] 나루의 발견_갤러리 사진적x식당 사사로운


Space| 나루의 발견 #43

갤러리 사진적x식당 사사로운


먼저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진적’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진적’은 평소 요리를 즐기던 한 친구와 사진과 갤러리에 관심이 많은 친구 둘이서 만든 사진이 있는 식탁이다. 총 4개의 테이블로 구성된 아담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계절별로 파스타 4종과 뇨끼, 리조또 등을 선보인다. 더불어 같은 공간에서 매달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와 식당의 만남은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곳이라 더욱 신기한 것 같다. 공간을 꾸리게 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실 우리는 대학 친구 사이다. 각각 쇼륨, 상업 전시, 그래픽 디자인, 인쇄/출판 분야에서 전문가로 약 20여 년 근무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제대로 늙어가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서로가 공감했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잡아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함께 우리의 꿈을 실현해보자는 의지로 지금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우수한 작가들이 전시 공간이 없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시각 분야에 종사하며 늘 관심가는 분야 중 하나가 사진이었고, 사진가로 활동하다보니 정말 좋은 작품과 우수한 작가들이 무수히 많은데 전시 공간이 없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에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일상에서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에 둥지를 틀 게 되었다. 식당 운영은 이탈리아에서 10년간 유학하며 요리했던 노하우를 살려 갤러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실 갤러리하면 북촌이나 삼청동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004년부터 능동에서 살고 있는데 만족감이 매우 높다. 서울 자체가 워낙 큰 도시이다 보니 대부분 공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능동은 어린이대공원이 있어 좋더라. 광진구 중에서도 아파트나 대형마트, 학교가 없는 유일한 동네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능동에는 2030세대의 젊은 직장인이나 노년층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서울 안에서 찾기 힘든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능동에는 있더라. (웃음) 특별한 이유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번 16호에는 능동을 극찬하는 분들이 유난히 많으신 것 같다. 사실 오늘 인터뷰를 오며 능동을 처음 걸어 봤는데, 지하철역을 약간만 벗어나니 공원 둘레길에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더라. 정말 아늑한 동네인 것 같다. (웃음) 그렇다면 이번엔 ‘갤러리 사진적’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9년 6월 공간을 오픈하며 진행했던 첫 전시를 시작으로 1년간 매달 다른 작가를 만나며 12번의 전시를 진행했다. 매번 훌륭한 작품으로 갤러리를 채워주시는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웃음) 지금은 사진작가 김민수님의 ‘비탈리타스’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풀꽃들의 이야기이다. 갤러리 이름이 ‘사진적’이지만 그림 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8월에는 피아노 치는 그림책 작가 신유미님의 ‘너는 소리’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전시와 더불어 작가의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1년간 12번의 전시라니 굉장하다. 앞으로 광진구에 자리매김하게 될 ‘갤러리 사진적’의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 (웃음)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 ‘식당 사사로운’을 오픈하고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식당을 처음 운영하다 보니 정신도 없고, 손님의 얼굴보다는 드시고 난 그릇만 쳐다보며 ‘맛있게 드셨을까?’에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처음 좌절을 느낀 것은 내 예상보다 내 손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다. (웃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레 손도 빨라지고, 여러 상황들에 익숙해지더라. 이제야 손님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웃음)    


손님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단골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는 감동의 순간을 자주 접하는 것 같다. 단골 중에 ‘우주’라는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있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혼자 앉지도 못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혼자 먹어보겠다고 숟가락을 들며 서 있기까지 한다. (웃음) 손님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또, 인근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손님이 우연히 식사하러 들르셨다가 공간을 마음에 들어 하시고는 부인의 그림 전시를 기획했던 적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 참 감사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와 관람객, 오늘 인터뷰를 찾은 우리에게까지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시는 것 같다. 자연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랜 기간 광진구에 거주하시며 느껴지는 광진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실 바쁜 직장 생활로 광진구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참여는 손에 꼽는다. 공간 운영을 시작하며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 이제야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나루아트센터와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를 접하며 광진구가 청년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공간을 1년간 운영해보니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리고 마침 이런 시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찾아와주시니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웃음) 1년간의 데이터와 더불어 모쪼록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문화적 경험들이 이 공간을 넘어 지역으로 촘촘히 확장되기를 바라본다.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우리도 문화예술 프로그램 참여는 손에 꼽는 것 같다. (웃음) 여유를 가지고 지역을 돌아볼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 운영하신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찾아 온 것도 능동을 둘러보지 못한 탓인 것 같다. (웃음)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식당 사사로운’과 ‘갤러리 사진적’ 공간을 운영하며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무리하지 않으며 노년으로 사뿐히 가고 싶다. 또,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식당 사사로운’을 주 4일제(수~토)로 운영하고 있는데, 일요일에 쉬시는 이웃 주민이 야박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웃음) 이에 일요일만 예약제로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앞으로도 지역 안에서 유연하게 살아가고 싶다. 요즘 이웃한 곳들에 1인 가게나 공방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모두 외롭지 않게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는 연결의 끈이 생겼으면 한다. 젊은이만의 문화·예술 공간이 아닌 4060대 장년층도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주소 :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12길 48-4
·운영정보 : open 11:30am.~22:00pm.
·Instagram : @sumokgeumto
·Homepage : blog.naver.com/sumokgeum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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