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전국에서 트롯 열풍이 불고 있다. 트롯 열풍에 앞서 남진, 나훈아, 장윤정과 박현빈, 홍진영, 김연자 등 수많은 트롯 스타들이 있었지만 트롯 열풍의 서막은 아무래도 TV조선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이 아닐까 쉽다. '미스 트롯'은 최고시청률 18.1%를 달성하며 송가인, 정미애 등의 스타를 배출했고 이어서 ‘미스터 트롯’은 최고시청률 29.2%를 달성하며 임영웅, 영탁, 김호중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였다.
시청률전문조사기관인 TNMS는 전국 3,200가구에 거주하는 시청자 9,000명을 대상으로 TV 시청 데이터를 금년 1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일별로 조사하였다 . 집계한 결과 상반기 시청률 예능 전체 1위는 지상파를 제치고 '미스터 트롯'이 차지했다. 종편 채널인 TV조선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가 예상치 못했던 '트롯 팬덤'으로 형성되며, 중장년층의 팬심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 트롯’ 출신 가수들이 방송 붐을 타고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가요계를 넘어 방송, 광고계 접수에 나섰다.
TV조선의 판매 수입인 광고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광고 총량제에 의해 TV광고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방송 총시간의 15%를 광고로 편성할 수 있다. ‘미스터 트롯’의 경우에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세 시간 방송을 기본으로 유지하여 15초짜리 광고 108개를 넣을 수 있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광고 1개 단가가 1,350만원이다 보니 ‘미스터 트롯’은 지난 1월초 방송부터 3월 14일 마지막 생방송 순위 발표식까지 3개월 동안 도합 125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순수한 TV광고 매출로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기타 협찬사 등의 수익으로 25억 원 정도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3개월 125억 원의 광고매출은 잘나가는 중소기업이 올릴 수 있는 연매출이 연간 100억 원대임을 고려할 때 굉장히 높은 수치다. 참고로 2019년 대표적인 방송사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SBS의 경우 영업이익 60억/매출액 7,505억, MBC는 영업적자 966억/매출액 6,502억, JTBC는 영업적자 200억/매출액 3,254억, TV조선은 영업이익 144억/매출액 1,882억으로 나타났다.1)
'트롯 오디션' 시리즈로 2년 연속 만루 홈런을 터뜨린 TV조선은 지난해 지상파를 포함한 전 방송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2019년 주간지 ‘시사인’의 언론 신뢰도 조사결과2)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트롯’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낯설다는 기분이 든다. 어찌됐든 효자 프로그램 1개가 회사 이미지와 매출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미스터 트롯’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프로그램인 소위 ‘킬러 콘텐츠’를 구상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두 번째 이야기, 문화예술 공연장 조금씩, 조금씩 문 열다.
지역문화재단들은 현재 대부분의 공연과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달 마포문화재단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를 무관중 공연으로 전환하고, 영상을 네이버TV를 통해 송출하였다. 보령시 또한 보령머드축제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였다. 보령머드축제의 메인 행사인 ‘집콕머드 라이브’를 온라인 양방향 체험 콘텐츠로 전환하여 K-POP 콘서트를 개최하였고, 이용자들은 스트리밍 솔루션 기술로 현장의 생생한 공연을 보고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담아내었다.
광진문화재단에서도 7월 8일 예정되어있던 상주예술단체 클래시칸 앙상블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실시간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최고의 결작인 ‘크로이처 소나타’를 선보였는데, 인스타그램 채널로 관객들과 쌍방향 소통하며 진행하였다. 뉴욕의 음악 명문 줄리어드 및 맨하탄 대학 출신의 연주자로 구성된 클래시칸 앙상블의 연주에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워하는 댓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15일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특별공연도 있었다. 대면 공연과 더불어 광진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도 함께 하였다. 철저한 방역 작업을 마친 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시행하며 진행된 공연이었다. 남도아리랑, 창부타령에 주제에 의한 피리협주곡, 대금협주곡, 소리꾼 김나니의 쑥대머리, 새타령 등이 선보여졌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 마다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로 호응을 해주니 ‘이런 것이 바로 공연의 맛이구나!’하고 느껴졌고, 다시금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하는 현장의 중요성이 와닿았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박호성 단장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 공연을 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하고, 재단에서 대면 공연의 결단을 내려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재단 입장에서는 수준 높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구민들에게 선사를 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이어 7월 17일에는 서울시무용단의 대면공연이 이루어졌고, ‘거리두기 좌석제’ 시행을 통해 전체 600석 중 110석만을 오픈하여 진행했다. 철저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셈이다.
7월 18일~19일 양일간은 ‘이승환 콘서트’가 있었다. 이승환 콘서트에서는 기획사측의 요청으로 전체 600석 중 300석을 오픈하였는데, 오픈과 동시에 티켓이 매진되었다고 통보 받았다. 광진문화재단의 입장에서는 비상이었다.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나마 열었던 공연장 숨통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에서는 전 직원 회의를 통해 도상 훈련을 실시하고,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방역체계를 꼼꼼히 확인하였다. 또한 공연 기획사측에 객석에서 마스크 벗기, 일어나서 노래 따라 부르기, 환호하기, 떼창 등을 자제할 수 있도록 거듭 요청했다. 관객들의 질서정연한 관람 문화와 가수 이승환의 매너 등으로 양일간 콘서트는 불상사 없이 평온하게 잘 마무리 되었고, 관객들도 오랜만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현장에서 만나 즐거워하였다.
언택트 사회에서도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소통하기를 바란다. 비접촉 시대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와 예술을 즐기길 원한다. 코로나19가 우리들의 관람 문화를 바꾸고 있지만 ‘문화와 예술’이 시민들의 처진 어깨와 위축된 마음을 새롭고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정종건
방송사 TV PD로 ‘보령머드축제’, ‘천안삼거리 흥타령축제’ 등을 연출하였다. 태안 허베이 기름유출 사태 때는 자원봉사자 활동과 주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구름포 그 해 겨울>을 제작하였다. 가끔 시간 내어 책을 보다가 과분하게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광진문화재단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3일간 ‘나루에 빠지다’ 콘서트 등을 기획하며, 광진구를 문화예술 1번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