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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05. 2020

[17호] 나루의 발견_광진구마을자치센터


Space| 나루의 발견 #47

광진구마을자치센터

평소 나루사이에 실리는 어슬렁 마을산책으로만 활동을 살펴보았었는데이렇게 인터뷰로 찾아뵈니 기분이 색다르다오늘 인터뷰에는 특별히 윤혜경 광진마을자치센터장님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한 편으로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웃음그럼 먼저 광진구마을자치센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광진구마을자치센터’는 2019년 8월 설립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마을공동체활동과 주민자치회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동 단위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욕구를 하나로 모아 마을의 일을 함께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춤추는 마을 꿈꾸는 자치”라는 슬로건 아래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위하여 행정과 주민들 사이의 ‘조정자’이자 ‘통역가’로서 상호 협력에 힘쓰고 있다.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라는 단어를 들어는 보았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멀게만 느껴진다구체적으로 공간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주민주권회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을의 주인은 주민이다. 우리는 주민들이 마을 안에서 주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한 사업들을 스스로 제안하여 실행해볼 수 있는 사업으로 필요에 따라 사업 상담과 컨설팅, 회계 교육, 시스템 운영 등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을의 주인은 주민이다     


또한, 주민들이 동네 정책과 예산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민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들 스스로가 동 단위의 일을 논의하는 기구이다. 광진구는 현재 5개 시범 동(중곡4동, 구의2동, 구의3동, 자양4동, 화양동)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직접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워보고, 동 주민 센터와 협력하여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주민대표 기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에서는 그것을 지원하고 있다.  동자치지원관들이 소속은 센터인데 해당 동 주민자치회 사무실에 파견 나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센터장님의 답변 중 실질적인 도움이라는 문장에 방점이 찍힌다그렇다면마을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크게 마을 교육과 마을 모임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마을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올해 상반기 2020 마을 아카데미 <도시에서의 마을 살이>를 운영했다. 마을지원활동가와 함께 성공적인 사례의 마을극단 및 마을기업탐방, 미래학교에 대한 상상, 젠더 감수성 교육 등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도시에 살면서 마을을, 공동체를 왜 이야기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 모임은 이웃에 살며 다양한 마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며 관계를 맺는 프로그램이다. 회차별 주제를 가지고 지역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고 있다. 마을공동체에 관심 있는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웃음)     


정말 의미 있는 활동들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계신 것 같다더욱 많은 주민들이 광진구마을자치센터를 통해 지역을 알차게 누리셨으면 좋겠다위에서 지역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간다고 말씀해주셨는데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월간지 나루사이 ‘Tour’ 코너에서 함께 다루고 계신다고 알고 있다. (웃음어떤 활동인지 궁금하다.

맞다.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다. (웃음) 정확한 프로그램명은 ‘어슬렁 마을산책’이다. 일상에서 처음 만나는 공간을 보면 관심도 있고 궁금하기도 한데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 곳들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 보자는 취지의 활동이라 보면 된다.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공간들을 함께 방문해보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보며 마을의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7월에는 직접 만든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우리 술 제작소 ‘수국’, 8월은 나무로 직접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보는 목공학교 ‘태일공방’을 다녀왔다. 어머니와 대학생 아들, 취미를 함께하고 싶은 부부, 동네 친구 모임까지 삼삼오오 모여서 우리 마을 속 새로운 공간에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9월과 10월에는 마을예술창작소를 찾아가 볼 예정이다.


매 호 사진으로만 봐도 참여 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 보는 우리까지도 즐거워지더라. (웃음). 이번 나루사이 17호의 주제가 기록이다최근 들어 지역과 동네를 기록하는 활동들이 사회 전반에 있어서 중요시되고 있다이런 활동들이 왜 중요한지 혹은 왜 필요한지센터장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우선 기록의 의미 자체가 시대별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누구의 시선으로 어느 한 쪽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시선과 함께 그 방법도 풍성해지고 누구나 많은 것을 담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시선과 기록이 지역에 존재할수록 동네가 입체적이고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이에 마을자치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 자체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기록이자 주민이 주체로서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선과 기록이 존재할수록
지역과 동네가 입체적이고 풍성해진다고 믿는다.  
   

정책 사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 설계가 되어 있지만 매뉴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장의 상황들이 존재한다. 마을자치센터의 입장을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다. 사업을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반응이나 이해도 제각기 다르고.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고민들이 있다. 센터에서는 마을활동과 주민자치회를 기록하는 것 외에 센터직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주민, 행정과 소통하고 있는지를 담아 기록하려고 한다. 다각형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마을의 이해를 높이는 기록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과정 자체가 기록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나루사이도 광진구마을자치센터를 만나고 인터뷰하며 오늘도 성장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웃음그렇다면 화제를 바꿔서 질문하겠다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실 센터장이 되면서 대외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현장에 갈 일이 극히 드물어졌다. 센터장이 현장을 자주 가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니라 생각하고. (웃음) 최근 마을공동체 기본 교육이 있어서 인사차 들렀다가 맨 뒤에 앉아 주민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교육인데, 감사하게도 신청하신 분들이 거의 다 참석해주셨다. 강연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 주민들의 표정이 뒤통수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교육이 끝나고는 한 분이 나가시면서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말씀하셨는데, 감동적이면서도 굉장히 보람찬 순간이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광진구마을자치센터가 바라보는 광진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1991년부터 약 30여 년을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다. 한 번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웃음) 그만큼 광진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 같다. 우리 지역 속에서 모든 주민이 나이, 지위, 재산, 성별, 국적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더라도 주민이 주인이라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명제를 광진구 안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다. ‘광진구마을자치센터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지향점은 무엇인지

언젠가 워크숍에서 ‘중간지원조직은 ○○이다.’라는 토론을 진행했다. 그때 거론되었던 단어들이 동네북, 머슴, 외줄 타기 등 이었다. 항상 우리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정책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행정과 함께 주민을 협력하는 긴밀한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반대로 행정이 주민을 대상화하거나 일방통행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매우 역동적인 역할이다. 오랫동안 굳어진 행정을 바꾸기란 쉽지 않겠지만 주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여준다면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 모쪼록 진정한 주민참여 문화가 실현되는 그 날을 꿈꾸며, 마을생태계가 풍요로워지는 민관협치의 장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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