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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13. 2020

[18호]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Pick |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2018 / 장률 / 장르 : 드라마)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률 감독의 이름이 지역적인 특색이 담긴 영화에 대해 기고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는 지역적인 특색이 담긴 영화를 단순하게도 로컬 시네마로 이해했는데 로컬 시네마란 지역의 소재와 이야기를 접목한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로컬 시네마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의 소재를 담다 보니 실제 로케이션도 영화상의 지역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편이라는 것이다.     


‘가와세 나오미와 일본 나라현’ ‘에드워드 양과 타이페이’처럼 어떤 감독들은 감독과 연관되는 지역이 꽤 구체적이다. 하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는 분명 로컬 시네마임에도 구체적인 지역이 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로컬 시네마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은 장률 감독이었다. 나는 왜 장률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그것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 오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소개하는 이유이다.     


영화에는 두 개의 도시가 나온다. 주인공인 윤영이 사는 서울과 윤영과 송현이 여행을 떠나는 군산이다. 영화의 시작은 군산이며 끝은 서울인데 시간의 흐름은 서울에서 시작하여 군산으로 이어진다. 즉 러닝타임에 따른 진행과 극중 사건의 진행 순서가 뒤집혀 있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 주는 모호함. 모호함이라는 키워드는 <군산>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군산에 도착한 서울에 사는 두 남녀는 당연하게도 낯선 경험을 연속해서 마주한다. 이상한 주인집 딸과 신비한 선술집의 주인, 심지어 휙휙 지나가는 배경까지도 말이다. 모호함에 더해지는 낯섦은 <군산>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정서이다. 군산이 낯선 이유는 아마 서울과 다른 군산만의 특색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들에게 영화 속 서울 파트는 모호함을 담당한다면 군산 파트는 낯섦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다가 두 이야기가 한 영화로 이어지는 어느 순간이 모호함과 낯섦이 빚어낸 감정의 움직임으로 다가올 것이며 그 지점은 관객마다 다르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 뿐 아니라 상업 영화와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구조는 한층 더 영화의 낯섦을 배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군산이라는 도시가 주는 독특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 로컬 시네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낯섦이 지역의 특징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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