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나루사이 18호에서는 ‘Made in 광진’을 주제로 광진구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예술가를 찾아 나섰다. 광진구에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쓰임새와 아름다움이 깃든 활동으로 일상과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다.
문화와 예술, 브랜드를 디자인하며 오늘도 디자인을 통해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는 ‘오브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최동준 작가. 광진문화재단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그를 만나 일상과 지역을 시각예술로 풀어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광진문화연구소 포스터를 비롯해 광진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여러 사업 관련 디자인을 담당해주셨던 작가님을 이렇게 인터뷰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다. (웃음)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오브 디자인스튜디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알고 지내던 사이에 다시 자기소개하려니 굉장히 쑥스럽다. (웃음) 광진구에서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작가 최동준이다. ‘오브 디자인스튜디오’는 그래픽 포스터, 편집, 브랜딩 위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글자를 좋아해서 레터링 디자인을 깊게 탐구하고 있으며, 늘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떠다니고 있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무 살, 특별한 적성을 찾지 못하고 성적에 맞춰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을 마친 후 자연스럽게 군대에 가게 되었는데, 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더라. 그러던 중 누나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매형이 디자인하는 사람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매형이 함께 일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하여 처음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다. 무언가 큰 동기는 없었지만, ‘재미있겠다’라는 느낌 하나로 시작한 케이스다. (웃음) 이후 디자인학과로 전공을 바꿔 대학에 재입학하고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게 되었다.
‘당연히 디자인을 전공하셨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긴 사연이 숨어있었는지 몰랐다. 작가님을 못 만났을 뻔했다니, 재단도 매형분께 감사드려야겠다. (웃음) 그렇다면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꾸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실 나고 자란 곳은 경상도 사천이다. 대학도 부산에서 나오고 매형과 함께 작업하던 회사 또한 부산과 가까운 김해에 있었다. 현장에 투입되어 실제 작업을 해보니 학교에서 배웠던 디자인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현실과 이상의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렇게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갖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디자인 회사로 이직하여 공부와 일을 병행했는데, 동시에 두 가지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소모적이었다.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문득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회사를 찾기보다 내가 재미있는 작업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지금의 ‘오브 디자인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회사를 찾기보다
내가 재미있는 작업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데 굉장히 능동적이신 것 같다. 작가님의 큰 결심에 박수를 보낸다. ‘오브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적인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레터링 디자인을 좋아하다 보니 한글을 많이 다루게 되는데, 이건 우연히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덕화맨숀’ 빌라를 보고, 예쁜 글자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최근에는 패키지 디자인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레터링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작은 소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2주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글자를 제작하고 있는데, 재미는 물론이고 만족감도 높다. 디자인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아간다는 일념 아래 하고 싶은 것들은 제약을 두지 않고 모두 시도하는 중이다.
티셔츠가 정말 멋있다. 판매하게 되면 꼭 저에게도 귀띔 부탁드린다. (웃음) 나만의 기술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는지
혼자 운영하고 있으니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급한 일정이 생기면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해도 되니 특별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 부분이 단점이기도 하다. 일이 많으면 일주일 내내, 한 달간 쉬지 못한 적도 있다.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때때로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중압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컨디션을 잘 조절하며 내 중심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맞다. 모든 일에 있어서 힘 조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혼자 작업하시는 분들 모두가 가장 어려워하시는 부분이라고 하시더라. 그렇다면 작업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단연 광진문화재단과의 작업이 가장 신기하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내 힘을 들여 일한 첫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뜻깊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도 하고. (웃음) 사람의 성향에 따라 디자인 요청 사항이 다르기에 작업하는 스타일에 맞춰 시안을 드려야 해서, 디자인 작업에선 무엇보다 담당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이러한 과정 중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담당자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헌데 광진문화재단과의 협업은 ‘오브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추구하는 디자인과 합이 잘 맞는다고 느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분명 더 좋은 디자인의 방향이 있는데 담당자와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클라이언트를 잘 설득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전략을 짜기도 한다. (웃음) 모든 작업은 결국 나의 창작물이기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가님이 항상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광진문화재단과 합이 잘 맞는다고 표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작가님이 생각하는 광진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서울로 상경하고 두 번째로 자리 잡은 곳이 광진구다. 직접 살아보기 전과 후의 광진구는 너무 달랐다. 겉으로 보기엔 다소 복잡한 동네지만 동시에 고즈넉한 면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연이 가까워서 참 좋다. 코로나19 사태로 요즘은 자제하고 있지만, 뚝섬유원지를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점과 어린이대공원, 아차산까지. 한 번이라도 광진구에 살아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직접 살아보기 전과 후의 광진구는 너무 달랐다.
겉으로 보기엔 다소 복잡한 동네지만 동시에 고즈넉한 면도 가지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작가님이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요즘 관심이 있는 한 부분은 가구 디자인이다. 나무를 깎아서 만들거나 조립형 가구도 좋다. 지금 다루고 있는 디자인과 연관시키면 재미있는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그래픽 작업을 넘어서 물성을 만지고 싶은 욕구들이 생긴다. 앞서 소개한 ‘덕화맨숀’ 티셔츠를 포함해서 유리컵이나 아크릴 코스터 등 굿즈도 다양하게 제작해보고 싶다. 2D에만 갇혀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오브 디자인스튜디오’가 나아갈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이 일이 지겹지 않고 계속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즐겁게 유지해나가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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