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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13. 2020

[18호] 나루의 발견_알로화


Space| 나루의 발견 #51

알로화


쇼룸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꽃차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웃음명절을 앞두고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알로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알로화’는 한국 전통 꽃차를 현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재해석한 브랜드로 햇수로 5년이 되었다. 공간을 꾸리기 전 꽃차에 대해 조사 했을 때, 꽃을 차로 만들어서 마시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농가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평소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꽃차로 한국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지금의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알로화’는 하와이어 인사 ‘알로하(aloha)’와 ‘꽃 화(花)’의 합성어다. 꽃으로 인사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직관적으로 꽃을 드러낼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를 서치하고 접목해보면서 브랜드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말씀대로 저 또한 꽃차가 익숙하지 않아서 굉장히 신기하다내어주신 목련차를 보니 우러나면서 피어나는 꽃 모양도 참 예쁘고 색감도 아주 아름답다지금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알로화’를 꾸리기 전, 사실 나는 광고기획자였다.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에 지인을 통해 우연한 계기로 꽃차를 만났다. 마침 차 시장이 한창 부응하던 때여서 여러모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아무래도 광고를 하던 사람이니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심해보았고 ‘시장성이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해 시작하게 되었다.     


차를 우리며 꽃이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인생도 꽃이 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꽃차는 다른 차보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은 차다. 우려지는 시간, 그리고 차를 우리며 꽃이 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인생도 꽃이 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웃음) 이러한 생각들을 담아 “차를 우리고, 당신의 삶을 활짝 꽃피우세요.(Brew a tea, Bloom your life)”라는 짧은 문구를 같이 안내하고 있다.     


차는 커피와는 다른 분위기의 차분함이 있다고 느껴진다그렇다면 알로화에서 소개하는 꽃차의 종류들이 궁금하다.

‘알로화’의 모든 꽃차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전라북도 고창에서 재배되는 꽃들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에 맞는 월별 꽃차가 있고, 꽃의 개화시기에 맞춰 출시하는 꽃차가 있다. 반면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시즌 이슈에 따라 베리 향이 나는 ‘꽃사과 차’ 혹은 ‘겨울에 마시는 봄’이라는 의미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봄을 연상시키는 ‘벚꽃 차’를 소개하기도 한다.      


꽃차도 정말 예쁘지만 차가 담겨있는 패키징이 곱고 정성스러워서 눈길이 간다상품 기획과 제작패키징 디자인까지 모두 혼자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하다.

패키징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앞서 한국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다시피 좋아하니까 그만큼 많이 찾아보게 되더라. 무엇보다 나는 한국 꽃차니까 최대한 한국다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열 두 달 꽃차 모음’ 패키징을 예로 말씀드리자면 조선 시대 여인들의 실첩으로 사용되었던 ‘지혜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색도 한국 전통 건축 장식에 쓰였던 단청의 색에서 착안했다. 이외에도 상품 제작이나 패키징에 있어 최대한 플라스틱은 지양하고 종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직장을 다닐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생활을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소회가 어떠한지

직장을 다닐 때는 나의 일들이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일이다 보니 큰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반대로 내 브랜드를 운영하니 고객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일하는 맛이 나는 것 같다. (웃음) 경제적인 측면으로 따져보면 회사에 다닐 때가 훨씬 낫지만, 그와는 별개의 만족감이 있다. 가끔은 혼자이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도 더러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확신이 없어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혼자라서 다양하게 시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더라. 상품성이 없다고 제지할 사람도 없으니 일단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모두 저지를 수 있는 것 같다. (웃음)      


일하는 맛이 난다니 매우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웃음역시 내가 하고 싶고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에너지가 다르다그럼 이제 질문을 바꿔보겠다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쇼룸은 2년 전 광진구에 이사 오면서 오픈하게 되었다. 광진구는 ‘알로화’의 이름으로 맞이한 세 번째 지역이다. 일전에는 공간을 모두 사무실로만 사용했는데, 바로 직전 사무실은 공장들 사이에 있어서 내부와의 이질감이 컸다. 그래서인지 다음 사무실은 꼭 자연의 사계절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는데, 여러 동네를 보던 중 우연히 능동을 발견했고 조용한 동네와 어린이대공원 후문으로 이어지는 담벼락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출근길에도 주변의 초록빛을 보면 자연스레 힐링이 되고, 새소리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능동에 자리 잡은 분들은 꼭 빼놓지 않고 자연을 이야기해 주신다쇼룸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주민 분들이 공간을 찾아주실 때가 가장 좋다. 동네 소식을 들을 수도 있고. (웃음) 책이나 시집을 가지고 오셔서 차를 마시며 필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동네를 산책하는 할머니 두 분이 차 한 잔하고 가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 쇼룸이 어린이대공원 후문에 위치해 있다 보니 놀이공원에서 들리는 함성들, 유치원 어린이들이 줄지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다.     


독립 출판물영화/전시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진행하셨다고 들었다협업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협업의 시작은 광고 회사에 함께 다녔던 카피라이터 친구가 꽃차를 소재로 에세이를 쓰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연락이 오더라. 그렇게 영화사와 협업하여 영화 관련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 누빔 작가님과 티코스터, 금속공예 작가님과 다기를 올릴 수 있는 소반도 제작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일상직물’과 크리스마스 에디션 기획, 도예가와 꽃잎 라인 찻잔도 만들었다. 꽃차를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한국적인 브랜드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중이다.     


어느새 준비한 질문이 모두 끝났다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이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꽃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목련차를 추천한다. 목련은 필 때도 예쁘고 수색도 좋고, 맛도 진하다. 목련은 기관지에 큰 도움을 주는데, 효능까지 좋으니 꽃차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목련차를 적극 추천해 드린다. 작년에 세웠던 목표가 해외로 꽃차를 알리자는 거였는데, 올해 좋은 기회로 해외 고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직은 초반 단계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해외 진출 사업을 잘 키워나가고 싶고, 앞으로도 좋은 꽃차로 더욱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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