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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Oct 13. 2020

[18호] 나루의 발견_사원식당


Space| 나루의 발견 #50

사원식당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한다답답하고 지루한다소 긴 터널을 지나온 사람만이 진짜 나의 색깔을 찾을 수 있다고 했던가나다운 용기 있는 삶을 진득하게 살아간다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광진구에는 나만의 색으로 자신의 삶의 터널을 살아가고 있는 광진구 금손들이 있다바로 사원식당과 알로화점심시간에 배회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매일 바뀌는 제철 가정식 백반을 만들며 폭넓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복합공간 사원식당부터 차를 우리고당신의 삶을 활짝 꽃피우세요.”라는 슬로건 하에 우리나라 꽃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알로화까지훌륭한 솜씨로 맛과 멋을 만들어내는 두 곳을 만나보자.     


사원식당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사원식당’은 매일 점심을 고민하는 회사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일 바뀌는 제철 가정식 백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오픈한지는 이제 갓 1년이 되었다. 회사원들에게 점심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모두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표님 말씀처럼 회사원들에게 점심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웃음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사원식당을 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웃음) 원래 공간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광진구에 있는 한 회사의 구내식당 운영을 맡게 되었다. 사옥 외부에 식당을 꾸리다 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일반 식당인 줄 알고 들어오는 일이 빈번했다. (웃음) 구의역 인근에 광진구청을 비롯해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많이 밀집해 있어서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자꾸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차라리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사원식당을 만들면 좋겠다고 판단해 시작하게 되었다.     


공유 사원식당이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하다. ‘사원식당’ 덕분에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리게 될 것 같다. (웃음메뉴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한 주간의 백반 구성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일단 우리 식당의 셰프님을 소개해야겠다. 우리 식당 셰프님은 남자인데, 그래서 아빠가 해주는 밥이다. (웃음) 과거 미슐랭에서 원스타를 획득한 공인된 레스토랑의 금손이시며 한식, 양식, 일식을 넘나드는 수석 요리사이다. 훌륭한 셰프님 덕분에 ‘사원식당’ 메뉴가 더욱 알차고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는 것 같다.     

매주 월요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주의 메뉴를 소개한다. 하루에 150분 한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요일별로 방문하시는 손님들을 카운트하고 인원을 어림짐작하여 메뉴를 정한다. 정해진 예산에서 최상의 메뉴를 구성하시느라 셰프님이 정말 고생해주신다. 동생에게 100원 쥐여 주면서 빵도 사 오고 우유도 사 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웃음) 인근의 전통시장인 ‘자양시장’을 주로 이용하면서 제철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로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을 넘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느낌     


아빠가 해주는 밥이라니 왠지 더 맛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1년간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항상 혼자 식당을 찾아주시는 여성분이 있으셨다. 어떤 일을 하는 분일까 마음속으로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끊으셨다. 매일 보던 사람이 안 보이니 괜한 걱정도 들었다. 몇 주정도 흐르고 다시 식당을 찾아주셨는데, 알고 보니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었다. ‘사원식당’ 덕분에 든든히 잘 챙겨 먹어서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며 감사 인사와 함께 비타민음료를 잔뜩 사와서 건네주셨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을 넘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뭉클했던 순간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 사원식당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음악 공연부터 와인클래스엑셀 클래스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셨다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문화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매니저님이 있다. 우리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데, 원래 문화예술 기획 분야에서 근무했다. 우연히 놀러 왔다 공간을 보고는 여기서 재미있는 일을 잔뜩 벌여 볼 수 있겠다는 의견이 맞아 함께하게 되었다. 공간 특성상 회사원들을 타깃으로 운영하다 보니 평일 점심시간 외에는 가게가 한산한 편이다. 이 시간을 재미있게 활용하고 싶었다. 또, 생각보다 광진구에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느껴져 이런 공간을 내가 만들고 싶었고, 단순히 먹고 마시는 문화가 아닌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문화공간으로 바뀌는 식당이라니 참 흥미롭다진행하셨던 프로그램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와 참여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엑셀 클래스는 대표인 내가 진행했다. 사실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회계사였다. 운영하는 입장에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프로그램을 고민하던 중 엑셀이 생각났다. 회계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 ‘우리는 회계사가 아니라 엑셀사야.’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을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 엑셀이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신입사원 대상으로 엑셀 강의를 한 적도 있었고, 남을 즐겁게 할 재주는 없어도 불편을 덜어드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되었다. (웃음)     


음악 공연을 진행하던 날에는 공간 구성을 지금과 아예 다르게 만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접문을 활짝 열어두고 함께 즐겼다. 대부분이 ‘여기 이런 공간이 있었어?’하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기획했던 대로 우리의 의도가 잘 반영되어 뿌듯한 행사였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참여자 대부분이 회사원이다 보니 퇴근 후 어딘가 참여하려면 시간 관계상 저녁을 대충 때우게 되는데, 우리는 공간 자체가 식당이다 보니 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내 동네 앞에 자주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어야 삶이 윤택해진다고 믿는다.     


든든한 저녁을 먹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니 모두에게 일석이조겠다. (웃음대표님이 바라보는 광진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광진구는 강 하나만 건너면 잠실과 강남이 인접하기 때문에 즐길 거리를 굳이 이 지역에서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특히 구의동은 건대 사거리와는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더 애매하다. 이곳을 설명할 때도 강변과 건대 사이라고 설명하게 되고. 광진구도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하고 조그만 공방들도 많고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내 동네 앞에 자주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어야 삶이 윤택해진다고 믿는다. 모쪼록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구의동으로 모여 시너지가 생기길 기대해본다.   

  

그날을 위해 광진문화재단도 대표님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겠다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사원식당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가 궁금하다.

‘사원식당’하면 ‘즐거운 공간!’이라는 문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장인 분들에게 우리 식당이 위로가 되길 바라고, 점심 시간을 윤택하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instagram @sawonsikdang

주소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355 1층

운영정보 open 11:30am.~20:30pm.

Break Time 13:30pm.~17:30pm. 주말, 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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