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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진문화연구소 Nov 16. 2020

[19호]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Pick | 이달의 영화 x KU시네마테크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2013 / 켄 로치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한창 영화를 찾아보던 20대 초반, ‘켄 로치’가 어떤 감독인지도 모르고 단지 해외 사이트의 평이 좋아서 보게 된 영화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이하 엔젤스 셰어)는 2013년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자 지금도 다른 ‘켄 로치’의 영화들과 같이 나에게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다.     


영국 서민들의 애환을 카메라에 담은 <엔젤스 셰어>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처럼 영국 서민들의 애환을 카메라에 담고 있지만 현실 고발에 날을 바짝 세우기보다는 엉뚱하고 기발한 코미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위스키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사회봉사 감독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사회봉사 감독관 해리는 폭행으로 사회봉사를 받고 있는 주인공 ‘로비’가 특별한 미각이 있음을 알아채고 ‘로비’를 위스키 시음 행사에 데려가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고 있다. 어느날 시음 행사에 굉장히 비싼 위스키가 출품된다는 정보가 발표되고 ‘로비’는 사회봉사 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비싼 위스키를 몰래 훔친 후 돈을 벌어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풍족한 생활을 물려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로비’와 그의 친구들이 위스키를 절도하는 행동 때문에 자칫 평가 절하되어 작품에 오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켄 로치’ 감독은 거장답게 이를 영리한 방법으로 무마시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들의 절도는 범죄보단 불합리하고 차별 받는 서민 계층에 대한 일종의 보상과 위안으로까지 보이게 되고, 무게 있는 주제와 심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인공의 행동이 익살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켄 로치’ 감독이 선택한 재치라는 묘사는 영화가 지나치게 엄숙해 지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장점이 된 것이다.    

 

제목에도 적혀 있는 <엔젤스 셰어>라는 단어는 위스키 업계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증류나 보관 과정에서 증발되는 술을 뜻한다고 한다. 증발되는 술은 천사들에게 나누어지는 몫의 술이라는 것. 아마 <엔젤스 셰어>를 보고 난 뒤 생기는 감정의 행복한 여운은 자신의 몫을 챙긴 천사들이 우리에게 베푸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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